【동포사이트 읽기】-한중동포 사이버 공간과 불편한 진실
진실을 얘기하는 것은 거북스러울 때가 있다. 모두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애써 끄집어내지 않으려니 그렇고, 쉽게 얘기할 수도 없으니 그렇다. 작년 겨울 영등포 한 술집에서 필자는 두 사람(중국동포 한 분, 모 기자 한 분)과 술을 마셨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왔을 때쯤 그들은 한중동포들끼리 소통하는 사이버 공간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 얼추 둘 중 한 분은 한중동포 누리꾼들이 모이는 사이버 공간은 백해무익함까지 토해냈다. 이런 얘기 사실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우리는 또 모르지 않는다.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을 쉽게 입에 담지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어림짐작할 수 있듯 역설적으로 그들의 얘기는 관심에서 우러난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 아예 무관심이었다면 십중팔구 입에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 한중동포 누리꾼들이 발길 하는 몇 군데 사이트를 종종 둘러봐도 게재된 댓글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십여 년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여전히 난장판이다. 서로 다른 국적의 동포가 소통하는 공간에서 도를 넘는 무책임한 댓글들이 옳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들은 없겠지만 역시 모두가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헌데 모든 것을 가감 없이 까발리는 불편한 공간. 현실에서 한중동포가 대면해 쉽게 내뱉지 못할 수도 있는 온갖 불편한 진실을, 인터넷이란 매개체를 통해 서로 속내를 낱낱이 전하는 몹시 불편한 한중동포 관련 사이트들. 어느 누리꾼은 말한다. “생채기? 그게 어때서? 생채기 좀 냈다고, 당장 쓰러져 죽을 사람 없고 때로는 도움도 되고 자극도 받을 수 있는 일이야”라고. 틀린 말 같지만, 아니 반드시 틀려야 할 말이지만, 저속하고 거친 표현만 아니라면 그들의 목소리는 엄연한 진실이다. 단지 불편하단 이유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실제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사는 이들의 삶은 남다르다. 중국에서 사는 한국인 가운데 중국을 존중하면서 중국동포와 잘 어울려 사는 사람 많다. 또 작년 한 해 중국동포의 한국 체류현황만 보더라도 50만(2013년 11월 30일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동포들은 무슨 비자로 입국해 체류하든지 법을 준수하며 대체로 열심히 산다. 이제 지난 세기 90년대 후반, 그러니까 십여 년 전의 어리숙한 한중동포의 관계가 아니다. 그뿐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동포도 10만을 넘어선 지 꽤 됐다.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거기다 이미 한중 양국은 싫든 좋든 경제적·인적 교류는 말할 수 없고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으니, 한중 관계가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지혜롭게 처신하는 게 의미 있지 않으랴.
그런데도 어느 누리꾼은 또 말한다. “한중동포가 드나들면서 소통하는 사이트들은 출발부터 서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물과 기름 같은 환경이야. 소통? 그런 거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 같고 갈수록 서로 반감만 쌓여.” 조금 부아가 치미는 말이다. 무슨 그따위 얘기를 생각 없이 하느냐고 대들고 싶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얘기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조금은 궁색해질 수도 있다. 한중동포 사이트를 꽤 누빈 누리꾼이라면 할 수 있는 얘기일 것이다. 사실 그 얘기를 딱 잘라 부정만 할 수도 없는 엄연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역시 불편하므로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한중동포가 소통하는 사이버 공간의 누리꾼들은 서로에게 불만 가득하다. 하지만 이 한중동포 사이버 공간의 미덕은 단지 현실에서 잘 드러내지 않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그 불편함을 극복해 내는 길을 제시해줌으로써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 역시 한중동포 누리꾼들의 지혜를 통해서다. 어느 사이트 한 누리꾼의 댓글, “왜 중국동포와 한국인은 인터넷에서 서로 매일 시비 걸어 싸움하는 건가요?” 그러자 그 밑의 서너 번째 댓글, “관심을 끊든가, 아니면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든가! 이게 다 싫으면 개선해 보든가!” 자, 이 불편함으로 가득 찬 한중동포 사이버 공간, 어떻게 할 건가? ♣
연변통보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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