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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남북통일의 관문 조선족의 역할 가장 중요

남북의 통일과 조선족

한국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를 외쳤다. 북한의 급변하는 상황을 위기에서 기회로 보는 혜안이 돋보였다. 흔히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이라고 한다. 실제 독일의 경우가 딱 그렇게 보였다. 필자가 촬영준비 차 부다페스트에 머물 때 알게 된 사실이 헝가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독일 통일의 마지막 지렛대, 휘날레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89년 9월 동독 주민 6000여 명이 국경을 넘어 체코 프라하에 있는 서독 대사관으로 갈 때 그 길을 열어 준 것이 헝가리다. 독일 분단 역사상 가장 많은 동독 주민의 대탈출 사건이었고 그만큼 드라마틱했으며 대다수 독일인들과 유럽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일이 있고 한 달 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모든 ‘대박’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도 예측 못했다는 동독 주민의 탈출 러시도 서독의 콜 총리와 겐셔 외무장관의 준비가 있었다. 탈출한 동독 주민을 동독으로 돌려보냈던 헝가리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길을 내주는 비밀협정을 미리 맺었던 것이다. 그들은 동독주민의 대탈출 러시를 시대의 요구, 유럽의 미래처럼 보이도록 연출했고 결국 주변의 공감을 얻어 대박을 낸 것이다.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 많은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두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첫째는 한민족의 통합이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 말을 하고 우리 음식과 옷, 즉 우리 문화를 갖고 향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망각한다. 너무 당연하니까.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그런 우리는 정말 소수다. 더 불행한 것은 그 소수가 남, 북으로 갈려 마치 다른 민족처럼 행동한다는 것이고 극소수가 돼버린 나머지는 고려족, 조선족 혹은 백제족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흩어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다. 한반도의 끝과 조선족 자치주가 있는 연변은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라는 21세기의 가장 핫(hot)한 미래를 갖고 있는 3개국 국경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즉 대륙과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것이다. 통일이 되면 이 관문은 한반도의 21세기를 여는 키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우리는 사방이 꽉 막힌 작은 섬나라인 채로 21세기를 마감해야 한다. 날개가 녹아버린 이카루스처럼….

필자가 주장하는 두 가지 필요성에 중요 공통부분이 하나 있다. 민족과 지역면에서 조선족, 연변이다. 조선족에 대해서 여러 편견과 선입견이 있다는 걸 필자도 안다. 그래서 먼저 조선의 이민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에게 땅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격적인 이민사가 한말부터 시작되고 일본의 침략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1895년부터 1910년 사이 일제가 농경정리 한다며 땅을 빼앗고 나라를 빼앗는 동안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짐을 쌌다. 대규모로 떠나 만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쫓겨 갔고 노예상인에 속아 멕시코, 쿠바 등으로 팔려갔다. 현재 고려인 혹은 조선족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들의 3·4대 선조다. 즉 그들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역사 속에서는 같은 문화와 추억을 공유한 여전히 피가 진한 한민족인 것이다.

중국의 조선족은 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도시화로 그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의 관문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되는 것이 필자의 관점에선 조선족이다. 중국을 향한 우리의 눈과 발 혹은 머리로 그들과 합쳐질 때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은 중국인이다. 그러나 우리 말과 문화를 향유하는 우리 민족이기도 하다. 한국과 북한 그리고 탈북자와 조선족, 모두가 통일 한반도에선 윈윈하기를 희망한다.

양윤호 영화감독/ ‘아이리스’연출자 / 논설위원

제주일보 2014.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