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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

습지(濕地)는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키움으로써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하나의 생태계인데요.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습지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은 생태계를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각종 무척추동물이나 어류, 조류의 서식지이자, 미생물이 유기물을 먹고 자라는 곳인 습지는 오염원을 정화하고 홍수와 가뭄을 조절해준답니다. 또한 생물적∙생태적∙환경적인 면으로 꼭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임은 물론, 수리적∙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습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습지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보다 ‘습지가 뭐지?’하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자연의 자궁’이라 불릴 정도로 습지는 자연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이러한 습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아주 소중한 선물을 버리는 것과 같은데요. 내일로 다가온 ‘세계 습지의 날’을 맞이해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습지’에 관해 알려드릴게요. 더불어 우리나라의 습지 명소도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세계 습지의 날’이 지정된 이유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 10차 람사르 총회 / 출처 : 공감코리아>


우리 자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습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이 협약에는 습지를 ‘바닷물, 민물의 간조 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늪과 못’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협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보호가치가 있는 습지 1개 이상을 보호지로 지정해야 하며, 철새가 거쳐가고 번식하는 곳인 물가의 습지를 보호할 의무가 주어진답니다. 이 협약으로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해 매년 2월 2일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했는데요. 이 조약에 가입된 국가, 단체, 비정부기구 등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습지 보호를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죠.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국내에서 람사르 협약이 발효되면서 세계에서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으며, 2008년에는 경남 창원에서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인 ‘제 10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했답니다. 


습지는 하천∙연못∙늪으로 둘러싸인 습한 땅으로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항상 수분이 유지되고 있는 자연자원의 보고인데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을 통해 생성되어,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민물이나 바닷물,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것)가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식물유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쌓이면서 퇴적해 생긴 토탄(土炭)층 또는 이탄(泥炭)층 위에 발달하며, 한랭하고 강수량이 많은 고위도지방이나 고원 등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요. 습지는 크게 늪, 호소, 하구와 같은 내륙 습지와 갯벌, 바위해안, 모래해안의 연안 습지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은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하구와 함께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습지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양의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 대규모의 수생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데요. 이러한 수생식물을 먹이로 하는 절지동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및 육지생물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을 통한 다양한 생명체들의 서식처를 제공해 생태계의 안정을 유지시켜주어 생태학적인 가치가 매우 큽니다. 또한 습지에 사는 많은 식물들은 물에 포함된 질소∙인 등 여러 가지 영양물질을 흡수하고 화학적으로 변화∙순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하수의 보수 및 홍수조절과 식물들이 물의 극심한 흐름으로 인한 변화를 막아 ‘자연의 방파제’ 역할도 맡고 있죠. 그리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습지는 조류, 어류, 포유류 등의 각종 생물의 서식을 통한 생물의 다양성을 증대시키며, 수변과 연계된 아름답고 특이한 경관을 만들어내 자연교육 및 생태관광, 각종 연구활동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 우리나라는?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습지에 기대어 살아왔습니다. 현재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 습지였던 곳에 많이 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은 홍수 때 한강물이 넘쳐흐른 진창의 하천 홍수터를 매립하고 배수하여 조성한 곳이랍니다.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습지인 논에서 매일 먹는 쌀을 생산하고 있고요. 산업사회를 움직이는 주요에너지원인 석유나 석탄도 석탄기에 습한 환경에서 생성되어 매몰된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습지는 매우 제한적으로 남아있는데, 특히 내륙습지는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인해 남아 있는 곳이 매우 적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해안의 간석지 연안습지인 갯벌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습지로 남아 있죠.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 특성상 산지에 위치한 고층 습원은 많지 않지만, 하천 주변에 발달한 저층 습원은 흔합니다. 이중 낙동강의 배후습지인 우포는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요. 또한 경작지인 논을 인공적인 습지로 간주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습지는 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논 생태계는 친자연적인 영농법에 의해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육지로서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주거지, 경작지 등의 조성을 위해 자연 습지를 훼손하여 왔지만, 그나마 논이라는 넓은 면적의 인공적인 습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람사르 등록 습지는 1997년 3월 28일 강원도 인제군의 ‘대암산용늪’을 시작으로 총 18개의 습지가 등록되어있는데요. 2003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순천만은 2006년 1월 20일에 우리나라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강의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는데요. 대도시 속의 습지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지정되었고,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섬이 람사르에 등록되는 일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하네요. 


희귀 야생 동∙식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고, 생물의 다양성이 풍부하며 지질학적인 보존 가치가 있는 우리나라의 습지들은 둘러보지 않을 수 없겠죠?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고, 다양한 자연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습지 명소를 소개해드릴게요!



우리나라 연안습지, 순천만∙보성 벌교 갯벌


전라남도 순천시 별양면·해룡면·도사동 일대의 순천만 갯벌과 전남 보성군 벌교읍 해안가 일대에 위치한 보성 벌교 갯벌은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의 국내 최대 월동지이자 수산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대표 연안습지입니다. 


<순천만 갯벌 위로 낮게 날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 / 출처 : 공감코리아>


순천만은 강물을 따라 유입된 토사와 유기물 등이 바닷물의 조수 작용으로 퇴적되어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전체 갯벌 면적이 22.6㎢에 이르며 썰물 때에 드러나는 갯벌의 면적은 12㎢에 이른다고 합니다.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에서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 총면적 5.4㎢에 이르는 거대한 갈대 군락이 펼쳐져 있고요. 오염원이 적어 다양한 생물이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으며, 흑두루미, 먹황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220여종의 보호 조류가 발견되어 국제적으로 희귀한 조류의 월동지이자 서식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갈대밭과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진 해양 생태경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名勝) 41호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또한 2000년 7월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 사업으로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해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순천만의 자연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보성 벌교 갯벌은 자연 하천인 벌교천과 펄갯벌이 이상적으로 이어진, 자연성이 매우 우수한 갯벌인데요.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분기마다 수위,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동식물상 모니터링과 정밀 모니터링도 실시 하고 있다고 해요. 이 지역은 갈대숲과 칠면초, 어류 등 종의 다양성이 풍부하고, 꼬막과 짱뚱어 등 다양한 수산자원의 보고랍니다.



국내 최대의 자연 늪, 경남 창녕 우포늪


경상남도 창녕군 대합면·이방면·유어면·대지면 일대에 위치한 우포늪은 큰부리 큰기러기, 가시연꽃 등 다수의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하는 국내 최대의 자연늪입니다. 창녕군 이방면과 다합면 등에서 낙동강으로 유입되던 소하천의 폭이 좁아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우포늪은 우포만을 뜻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인접한 '목포(나무벌), 사지포, 쪽지벌'등을 합친 우포 지역 전체를 의미한다고 해요. 


<원시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우포늪 / 출처 : 공감코리아>


우포는 ‘늪’이면서 꽤 넓은 호수 같아 보이는데요. 얕은 수심과 개구리밥처럼 수면에 뜬 수초들, 물가에 빽빽이 자란 갈대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철새들이 늪지대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나른한 풍경을 빚어내고 있어요. 우포늪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에 철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철새가 줄어들자 73년에 해제되었고, 97년에 다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요. 2011년 1월에는 다시 천연기념물 제 524호로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답니다. 늪 입구에는 우포늪의 생태를 알아 볼 수 있는 생태관이 마련되어 있으며, 늪지대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자연스런 흙길 탐방로도 조성되어 있어요.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우포늪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최고의 관광지’에서 6위를 차지 했고, 같은 해 1월에는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 중 6위에 선정되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