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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1> 일본 후쿠시마 대참사 거울 삼아 비리 만연 고리원전 대수술 필요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1> 일본 후쿠시마 대참사 거울 삼아 비리 만연 고리원전 대수술 필요

입찰 편의 대가 금품수수 등 직원들 잇단 부정행위 불구, 뒷짐 진 정부 태도 안타까워

지난해 3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에 거주하는 18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가운데 40%에서 갑상선 응어리가 발견돼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미 어린이 갑상선암 의심환자까지 발견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암 발생 가능성이 최대 9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말 내놓았습니다. 원전 사고 후 15년간 갑상선암과 백혈병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입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더 섬뜩한 이야기가 나돕니다. 후쿠시마 어린이 절반 가까이에서 발견된 갑상선 장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나친 해산물 섭취'를 탓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브에는 시나타로 키쿠치라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가 올라왔습니다. "원전 사고 이후 3~4개월 동안 일본 내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피해 지역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면서 "특히 어린이들의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외부(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내용입니다.

'안전신화=일본'이라는 등식은 이미 무참히 깨졌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일본 의사의 절절한 도움 요청을 보면서 '고리원전과 부산'을 떠올립니다.

올해 고리원전이 남긴 역사적인 기록들,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볼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2월 8일 고리1호기가 비상 디젤발전기 이상으로 12분간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아찔한 상황을 한 달간이나 은폐했습니다. 같은 달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중고부품을 새것으로 위장한 납품업체 관계자와 고리원전 직원을 잇달라 기소했습니다.

4월에는 한수원 직원이 부품을 빼돌려 납품업체가 모방제품을 생산하도록 도운 혐의로 울산지검에 구속됐으며, 6월에는 입찰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고리원전 차장 간부가 쇠고랑을 찼습니다. 10월에는 신고리 1호기가 부품 불량으로 발전이 정지됐고, 급기야 지난 5일에는 감사원의 '국가핵심기반시설 위기관리실태' 감사결과 고리원전 2·3·4호기에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 305개가 납품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위조부품이 납품된 원전가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장군 역시 고리원전의 즉각 가동 중단과 부품 교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벌떼처럼 들고일어납니까.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다소 느긋합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한 발전소에 부품이 몇백만 개인데 모든 계약을 전수조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면서 "일단 감사원 감사 결과 나온 것 가운데 고칠 것이나 교체할 것이 있으면 하고 그 이후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짝퉁 부품'으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대해 전수조사 계획이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밝힌 것입니다. 이런 느긋함은 어디서 오겠습니까. 부산-서울, 500㎞ 이상 떨어져 있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혹시 사고가 터져도 서울은 안전하다, '그 이후에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의미로 읽힌다면 지나친 과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