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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5> 美, 유전자 변형 '프랑켄 연어' 논란

터놓고 말해 우리는 환경과 생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고작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 학교에서 배운 개론 수준의 지식이 안다는 것의 전부입니다. 그 지식의 파편마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진실이 왜곡됐다는 것조차도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가끔 인간의 지식과 이성이라는 게 '끊는 냄비 속의 개구리'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녹색으로 분칠했지만 결국 정권말 감사원 감사에서 부작용이 드러난 4대강사업이나 일본 핵발전소의 재앙을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낯두껍게 원자력 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말하는 것을 보면 인간에 대한 회의가 근거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프랑켄 연어'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식품으로, 아쿠아어드밴티지(AquaAdvantage)로 불리는 이 GM연어는 보통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배나 빠릅니다. 보통 연어는 3년 정도 키워야 출하하지만 GM연어는 18개월이면 시장에 내놓습니다. 양식비용도 3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쿠아바운티'라는 회사가 캐나다의 PEI(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있는 시설에서 GM연어의 알을 생산한 뒤 파나마에 있는 양어장에서 양식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26일 GM연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17년 만에 발표했습니다. FDA는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나 파나마가 아닌 미국에서 GM연어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뼈대는 미국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GM연어가 미국인들의 식탁 메뉴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생산업체 측은 "우리 제품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한 과학적 검토 과정을 환영한다. 긍정적인 결론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알래스카 출신 마크 베글리히 상원의원은 "프랑켄 연어가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은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의 유명한 환경운동단체인 데이비드 스즈키 재단도 "유전자변형은 아직까지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기술이며, 식량 확보나 환경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다. 특히 GM연어처럼 치누크연어와 바다메기 등 여러 종 사이에 유전자 조작이 일어난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GM연어가 양식장 밖으로 탈출해 야생에서 번식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에 대해 여러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FDA도 부담을 느꼈는지 양식장에 여러겹의 방벽을 쌓아 연어가 탈출할 확률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이자면, 유전자 변형식품 포장용기에 경고 문구를 부착하려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지난 연말 열린 주민투표에서 찬성 47%, 반대 53%로 부결된 것입니다. 몬산토 등 다국적 곡물기업은 4600만 달러의 광고비를 퍼부어 경고 문구가 부착될 경우 식료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소규모 식품가게조차도 복잡한 규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반면 문구 부착에 찬성하는 측이 쓴 광고비는 730만 달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