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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존경하는 박정희편

파독 광부 "박정희, 가엾은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눈도 붉게 충혈돼 "나라와 내가 부족해서 여러분이 먼 이국서 고생"
경호 오토바이 독일이 붙여줘… 대통령도 우리도 그때는 너무나 초라했었죠

"광산에 찾아온 박정희 대통령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어요. 눈이 얼마나 충혈됐던지 흰자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독일 쾰른에 사는 파독 광부 출신 유재천(73)씨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사진 한 장을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지난달 16일 자택을 찾은 기자에게 유씨는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1964년 12월 10일 파독 광부들이 일하던 함보른 탄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연단에 서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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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2월 10일 독일 뤼프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방독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함보른 광산을 방문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앞에 두고 박 대통령 내외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왼쪽은 당시 함보른 광산 사장. /유재천씨 제공
당시 탄광회사 강당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250여명이 모였다. 국민의례가 끝나고 애국가가 시작되자 앞자리 간호사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두 울먹이며 애국가를 불렀다. 대통령 내외도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찍었다.

박 대통령이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자, 강당은 '꺼이꺼이'하는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조립씨는 "대통령이 '참 국가가 부족하고 내가 부족해서 여러분이 이 먼 타지까지 나와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하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때 독일에 돈 빌리러 왔던 거잖아요. 말이 차관이지 사실 구걸이었지요. 독일에서 대통령 경호 오토바이 다섯 대를 붙여줬는데 참 초라해 보였어요. 그때 우리는 가엾은 대통령이었고, 가엾은 국민이었지요"라고 말했다.

조씨도 반세기 동안 고이 간직해온 물건이 있다. 그는 장롱 속에서 주황색 수건을 꺼냈다. 수건에는 무궁화 그림과 함께 '대한민국 중추절'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국 정부가 보낸 추석 선물이다. "박 대통령 때는 해마다 김치 통조림 같은 선물을 보내주곤 했어요."

고창원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회장은 "새해에는 박 대통령 흉상을 만들어 에센의 파독광부회관 앞에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