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에 있어서/석선선생님 저 새 세상의 주인들(대산출판사)

새 세상의 주인들 - 제1장 신 거꾸로 신은 부처 9

내가 커서 중학교 다닐 때에도 여름철에는 온 가족이 보리밥만 해먹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 거의가 다 보리밥들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학교 가는 내 도시락에는 반섞이 밥이라 하여 보리밥 할 때 쌀을 솥 한쪽에다 따로 올려놓아 특별히 도시락을 싸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학교 가서 도시락을 풀어 놓고 친구들과 먹으려 하면 밥이 안 넘어갑니다. 아침에 보리밥을 잡수시던 아버님 생각이 자꾸 나서 쌀이 섞인 도시락 밥이 목이 메어 안 넘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조금 먹다가 다시 도시락을 덮어 싸 가지고 저녁때 와서 저녁 보리 밥상을 받으시고 잡수시려는 아버님 상 위에 “아버지, 오늘 도시락 먹기 싫어서 안 먹었어요. 아버지 잡수셔요.” 하고 내놓으면 아버님이 잡수십니다. 아버님이 잡수시는 것을 볼 때 내 마음은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아버님께서 겨울철에 산 고개 너머로 놀러 가셔서 주무시고 오실 때에는 밤새 내린 눈이 아버님 신발 속에 들어가면 발 시리실까 봐 새벽 일찍이 일어나서 아버님 오실 길을 죽가래로 눈을 치우고 가서 아버님을 모셔 오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은 잘 표현은 안 하셔도 매우 흐뭇해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이렇게 순종함으로 사랑만 받고 자라던 아들이 하나님을 섬기기 시작한 때부터 아버님 말씀을 완전히 거역하는 불효자가 된 것입니다. 신앙하지 말라 하시면 여전히 하고, 성일을 지키지 말라 하시면 또 지키고, 성서 버리라고 불태우시면 또 구해다 보고 하니 아버님은 심히 당황하신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순종만 하고 칠남매 자녀 중에 가장 꾸중 안 듣고 자라난 아들이 신앙을 가짐으로 불효 막심한 자식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핍박도 그토록 심했던 것입니다.
내가 부모님께 가출당한 것은 모두 네 차례였습니다. 나는 집에서 너무 순진하게 자랐기 때문에 집을 떠나면 살지 못하는 줄만 알았는데 하나님을 완전히 믿고 의지하니 집에서 쫓겨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나와서는 형님 댁으로 가서 살기도 했고, 그 다음 두 번째는 누님 댁에서 오라 하므로 그곳에 가서 상점을 봐 주면서 살았습니다.
맨 마지막 네 번째 가출당한 때는 군대 제대한 뒤였는데, 그때는 철이 든 나이라서 그런지 이웃들 보기에도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돈 한푼 없이 맨주먹으로 쫓겨난 나는 살길이 막막하였습니다. 그저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고 나온 것뿐입니다. 길을 걸을 때나 앉을 때나 하나님께 기도만 하였습니다. 그때가 바로 초여름이었는데 어느 교우 형제가 여름철 냉차 장사를 한번 해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도한 후 장사하는 둘째 형님 가게에 가서 돈을 조금 빌려다가 어떤 사람이 장사하다가 팔려는 냉차 구루마를 하나 샀습니다. 그 당시 한 잔에 5원, 10원 하는 냉차 장사를 해보려고 산 것입니다. 신앙이 아니면 부잣집 아들이 상상도 못할 부끄러운 직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남부끄러워 냉차 구루마 곁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손님 하나가 와서 냉차 달라고 찾으면 마지못해 달려가서 한 잔을 팔고서는 다시 곁에 있는 친구의 구멍가게로 피하고, 또 손님 하나가 오면 할 수 없이 나가 팔고 또 피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제일 인기 끄는 냉차 장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일에까지 나와 함께하셔서 여러 가지 귀한 축복과 신기한 일들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것을 이야기하면 재미있겠으나 지면상 생략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