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서 더 이상 냉차 장사를 할 수 없으므로 직업을 잃은 나는 또 다른 직업을 찾아야만 하였습니다. 집에서 곱게만 자라난 나는 아무 수단도, 기술도 없이 거칠고 험한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할 운명에 처한 것입니다. 나에게는 오직 하나님만 계실 뿐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고향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아무도 모르는 지방에 가서 하나님 하나 나 하나, 하늘 하나 나 하나,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고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나는 고향에서 너무나 많은 핍박과 고통과 수치스러운 일들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영영 고향을 떠나 버리기로 작정했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에 가면 혹 고향 사람이나 친구들을 만날까 봐 생전 가 본 적이 없는 전라도 땅 이리시로 일단 가 보기로 한 것입니다. 거기 가서 마음에 안 들면 또 정처 없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또 다른 곳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우선 이리를 향하여 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섭리는 그곳에 내가 정착하도록 붙드시므로 얼마 동안 그곳에 있기로 하고 이리시 번화가 극장 앞에서 땅콩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겨울철 밤 열한 시가 넘도록 장사를 하면서 신앙을 지켰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그 일에도 함께하시고 축복하셔서 이리시 교우들 중에서 십일조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되게 하셨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극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건전치 못한 노랫소리와 극장 찾는 사람들을 상대하여 장사를 했지만, 내 마음과 양심을 늘 지켜보셨던 하나님께서 산 증인으로 계시지만 나는 양심에 털끝만치도 죄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 분초마다 하늘과 연결된 기도의 생애가 매일 매 순간의 내 생애였습니다.
그 다음 나는 군고구마 장사도 해봤고, 헌 실로 짜 내는 공장의 제품인 내복과 도꼬리 장사도 사방 도시를 다니면서 해봤습니다. 그 다음 성서 연구 서적 판매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가장 혹독한 겨울날 해가 져서 어두워지므로 빨리 돌아오려고 지름길로 온다는 것이 길가 논에 파 놓은, 인분이 가득 찬 구덩이에 빠져서 매섭게 추운 겨울날 기차에 매달려 몇 시간씩 추위에 떨며 고생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다녔지만 나를 핍박하고 쫓아낸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너무너무 불쌍하기만 하였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어떤 분의 소개로 천안에 있는 한 고아원에 가서 얼마 동안 봉사하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가 보니 고아가 240명이 넘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만큼이나 큰 고아원이었습니다. 내 직책은 개신교의 목회자들이 맡았던 자리로서 고아원 전체를 새벽과 밤에, 그리고 일요일 낮 예배를 인도하며 하나님 말씀으로 고아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먼저 시무하던 목회자들은 고아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 몽둥이를 휘두르며 고아들을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곳에 가서 제일 나이 어린 사역자란 소리를 들으면서 고아들과의 생활에서 완전히 사랑으로 하나가 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세수도 씻겨 주고, 코도 닦아 주고 하여 고아들이 나만 나타나면 졸졸 따랐고 내 말이라면 모두들 잘 들었습니다. 사랑은 몽둥이보다 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고아원에 있을 때 하늘의 사랑을 내 일생에 제일 많이 깨닫고, 매일 그 무한하신 사랑을 생각하며 늘 눈물을 흘렸습니다. 동산에 기도하기 위하여 올라가면 하늘 영광이 내 주위를 둘러 비추는 듯한 느낌을 체험하며 매 순간 하늘이 나와 같이 동행하고 계심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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