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한 가지 우스운 일이 기억 납니다. 5, 6세쯤 되었을 때 일이었습니다. 그때에는 과일도 없고 밭에 심어 놓은 오이가 왜 그렇게 먹고 싶었던지 냄새조차 향긋한 것이 쳐다보기만 하여도 침이 삼켜졌습니다. 나는 어머니께 달려가서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 나 오이 한 개만 따먹을게요.”
“안 돼. 저녁에 아버지 반찬 해 드려야 해.” 그러시고 부모님은 형과 누나들을 데리고 모두들 일하러 나가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만 혼자 집안에 떨어져 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자 놀고 있으려면 생각나는 것은 오이밖에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오이 밭에 와 있는 것입니다. 연초록 오이들이 여기저기 밭에 누워 있는 것을 보니 더욱 침이 삼켜집니다. 식구들은 다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시고 나만 오이 밭에 혼자 서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따먹어도 볼 사람이나 알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까 아침에 어머니가 안 된다고 하신 그 말씀 한마디 때문에 먹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는 오이 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누워 있는 맛있게 생긴 오이를 내 엄지손가락 손톱으로 꼭 눌러 봅니다. 연한 오이의 살점이 엄지손가락 손톱 끝으로 파져서 나옵니다. 손톱 끝에 달린 작은 오이 살점을 혀를 내밀어 이빨 끝으로 꼭 씹어 보니 향긋한 것이 오이 맛이 납니다. “아, 됐다.” 앉아서 계속 손톱으로 눌러 찍어 맛을 봅니다. 그러다가는 그것도 별로 신통치 않아 집으로 힘없이 돌아와서 혼자 놉니다.
저녁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어머님이 저녁 반찬하기 위하여 오이 밭에 가 보니 오이들이 몇 개가 곰보가 된 것입니다. 손톱 자국 길이를 보니 환히 알 수가 있습니다. “광규야!” 부르시는 어머님 소리에 “예” 하고 달려 쫓아가면 “아가, 네가 얼마나 오이가 먹고 싶었기에 이렇게 만지다가 갔느냐? 여기 있다. 이거 하나 먹어라.” 오이를 하나 뚝 따 주십니다. 그러면 그때서야 좋아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때같이 맛있는 오이는 평생 두 번 다시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모르는 불신자의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그러한 정직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한다는 가정의 자녀들은 그 이상으로 정직하여야 하며 입에 거짓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성서에도 「부모의 물건을 도적질하고 죄가 아니라 하는 자는 멸망케 하는 자의 동류니라」(잠 28:24)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의 것이라고 해서 부모님의 호주머니에서 동전 한 개라도 몰래 꺼내 쓰는 것은 분명한 도적질인 것입니다. 우리 자녀들은 돈이나 먹을 것이나 무엇이든지 부모님께 여쭈어 허락을 받고 정직하게 먹고 써야 할 것입니다. 새 세상으로 가는 사람들은 마음과 입술에 거짓이 없는 정직한 사람들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자녀들이 어디를 가든지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자녀들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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