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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 있어서/석선선생님 저 새 세상의 주인들(대산출판사)

새 세상의 주인들 - 제1장 신 거꾸로 신은 부처 7

천하의 불효자 광규(石仙)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불효자를 사용하신 적이 단 한번이 있으셨는데 그것은 광규(石仙)를 불러 쓰신 것입니다. 광규는 수천 년 역사의 선구자들의 대열에 낄 수도, 설 수도 없는 존재이지만 마지막 때 온 세상 앞에 하늘의 대진리의 빛을 환하게 비춘 후에 새 세상으로 가게 될 마지막 거룩한 무리의 대열 가운데 한 아들로 불러 주시고 맨 뒷자리라도 끼워 주셨다는 것이 바로 부모에게 불효한 광규를 쓰셨다는 송구스런 사실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불효만 했던 자인데 왜 하나님께서는 영광스런 마지막 사업에 참여자로 불러 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보리죽과 보리밥을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보리죽을 먹게 된 것은 보리밥을 넉넉히 해먹을 수 없는 식량 사정 때문에 보리를 좀더 아껴 먹기 위하여 보리를 갈아서 멀겋게 죽을 끓여 먹은 것입니다. 그 보리죽에 짠 배추 김치를 놓고 먹는 것이 왜 그렇게 맛이 있었던지, 나는 일생에 어느 잔칫집에 가서도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에 우리 집이 보리죽을 쑤어 먹은 것은 가난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은 동네 제일가는 부자였습니다. 동네 제일가는 부자가 왜 보리죽을 먹었느냐 하면 농사 지은 쌀은 모두 팔아서 논을 사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논 사는 재미로 보리죽을 쑤어 먹은 것입니다. 우리 아버님은 할아버님께 삼대 독자 외아들이셨는데 조부님께서는 돈을 많이 가지고 계시면서도 난리가 날 것이라고, 땅 사야 소용없고 돈을 가지고 피난 가야 한다고 논밭을 하나도 사지 아니하시고 돈을 보관하고 계시다가 그만 집에 화재가 나서 돈을 다 태워 버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아들 하나인데도 유산 하나 물려주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우리 아버님은 적수성가(赤手成家), 맨주먹으로 가정을 일으키신 분입니다. 부모님들은 남달리 생활력이 강한 분들이셨습니다. 두 분은 다 성격이 강직, 강인하셔서 어떤 어려운 일과 궁핍이 닥쳐도 일생을 사시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나 도움을 청하시는 일이 없는 분들이셨습니다.
우리 부모님의 가훈은 정직과 근면과 알뜰(검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걸인과 중들이 오면 밥과 쌀을 아낌없이 한 그릇, 한 바가지씩 퍼 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칠남매로 아들 사형제, 딸 삼형제로 자랐는데 네 살, 다섯 살만 되면 아버님께 천자문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 적어도 한두 권의 한문책을 떼고 들어갔습니다. 우리 칠남매는 자라면서 허영이나 사치 같은 것은 글자도 몰랐고, 우리 가훈이 정직이었기 때문에 남의 것은 지푸라기 한 개라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큰일 나는 것으로 알고 정직하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말씀이라면 절대 순종하는 형제들이었습니다. 형님들은 나이가 오십이 넘어 늙어 가시면서도 아버님께 무엇이든지 여쭙고 상의 드리지 않고는 무슨 사업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기들이 번 돈으로 자기들의 땅이나 점포나 집을 사는데도 꼭 아버님께 여쭙고 사는 효자들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형제들 틈에서 칠남매 중 여섯째로, 아들 중에는 셋째 아들로 자랐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순종을 잘하여 거의 꾸중을 모르고 자라났다고 어머님이 늘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는 어릴 때부터 양말 한 짝 찾아 신겨 주는 법이 없이 자랐어. 초저녁에 잘 때 머리맡에 옷과 버선을 차곡차곡 정돈해 놓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신고 입었기 때문에 너는 말 시킬 일이 없었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