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약으로 아들을 솥에 삶은 효자
어느 시골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리신 것입니다. 아무리 약을 써도 백약이 무효라 한탄하고 있는 중에 어떤 도인이 지나면서 처방을 내려 주기를 “당신의 어머님 병환은 어린아이를 삶아 드려야 낫는 병이라오.” 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처방치고는 어려운 처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효자는 자기 집에 마침 어린 아들이 하나 있으므로 아내에게 달려와서 “여보, 자식은 또 낳으면 자식이지만 어머님은 한번 가시면 그만이신데 우리 아이를 어머님 약으로 쓰도록 합시다.” 이때 남편 못지않게 효성이 지극한 아내는 즉시 승낙하여 동의하는지라, 그때 마침 칠팔 세 된 아들이 건넛마을 서당에 글을 배우러 간 사이였습니다. 아내는 큰 가마솥에 물을 한 솥 부어 끓이고, 남편은 서당 간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으므로 마중을 나간 것입니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귀여운 아들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버지, 오늘은 웬일이세요? 제 마중을 다 나오시고요.” 하면서 귀엽게 말합니다. “오늘은 네가 그냥 보고 싶어서 나왔지. 아버지 등에 업혀 가자.” 하고 아버지는 아이를 업고 집에 와서 불을 때고 있는 아내에게 눈짓을 하니 아내가 솥뚜껑을 열어젖히는 동시에 아버지는 아이를 펄펄 끓는 가마솥 속에 집어 넣어 버리고 솥뚜껑을 닫아 버렸습니다. 부부는 말없는 침묵 가운데 불만 때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예쁜 아들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당에 다녀왔노라고 인사하며 또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네가 어찌된 일이냐?” 하고 급히 솥뚜껑을 열어 보니 솥 속에는 커다란 동삼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효자를 심히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자기 아들까지 아끼지 아니하고 부모를 위해 희생시킨 지극한 효성에 크게 감동하사 친히 준비하신 큰 산삼을 갖다 주심으로 효자의 아들을 구하시고, 어머님 병은 낫게 하심으로 효자의 가정에 큰 복으로 갚아 주셨던 것입니다. 이것은 저 모리아산에서 아들을 아끼지 않고 바치려 하던 아브라함에게 수양을 대신 준비해 주시고 아들 이삭을 구해 주셨던 하나님께서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을 다시 행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입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 크게 은총 받은 효자의 가정의 귀여운 아들은 예쁘게 자라서 훌륭하게 되었고, 산삼 물을 잡수신 어머님은 질병이 깨끗하게 나아 아주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장수하셨으며, 아들과 어머니를 다 얻고 하늘의 축복까지 넘치게 받은 두 부부는 세상에 없는 행복을 누리며 오래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신 거꾸로 신은 부처
이제는 불효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 시골 동네에 일찍이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과부가 어린 외아들과 단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이 과부에게 있어서는 이 어린 아들이야말로 남편 겸 아들로 오직 의지할 자기 생명 같은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맛있는 것이 생기면 아들만 주고 자기는 궂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은 아들만 입히고 좋은 신발은 아들만 신기고, 무엇이든지 좋은 것은 아들이고 나쁘고 못쓸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만 기른 아들은 점점 자라서 다 큰 아들이 된 후에도 이 아들은 무엇이든지 좋은 것은 으레 자기가 먹고 입고 쓸 줄만 알고 어머니는 아주 못쓸 것만 드리면서 구박, 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이 그렇게 할 때 기가 막혀서 눈물로 서러운 날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업자득으로, 자기가 그렇게 아들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 왔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을 기를 때에 과일이건 음식이건 무엇이건 좋은 것은 부모에게 드리도록 하고 궂은 것은 자기들이 먹고 마시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불효자가 어머니께 상의도 없이 산골 논 다랑이를 다 팔고 개똥밭 서마지기까지 다 팔아 가지고 한양으로 돈 벌러 간다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야 굶든 돌아가시든 상관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불효 자식을 막을 길이 없는 어머니는 하염없는 눈물만 흘리며 고개 너머로 사라지는 무정한 자식의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식은, 아들 없는 빈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한양에 도착한 불효자는 한번 큰돈을 벌어 보려고 이런 장사 저런 장사 여러 가지를 해보았으나 웬일인지 하는 것마다 다 손해 나고 망하는지라 홀어머니가 고생 고생하면서 모은 재산을 몽땅 날려 버리고 비참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불효자는 왜 이렇게 팔자가 사나운지 점이나 쳐 보자 하여 아주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마지막으로 점이나 치려고 간 것입니다. 점쟁이 앞에 복채를 놓고 나니 첫마디 하는 말이 “오, 당신은 하는 것마다 다 실패했군요. 당신은 돌아가서 신 거꾸로 신은 부처님만 잘 위하면 만사 대통하겠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옳다, 됐다. 나는 이제 운이 트이려나 보다.’ 좋아라 희망을 가지고 나와서 이제는 깊은 산에 있는 절마다 찾아 다니면서 승려들에게 “이 절에 신 거꾸로 신은 부처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그런 부처는 가는 데마다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수군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천지에 신 거꾸로 신은 부처가 어디 있담?” 하면서 비웃는 것이었습니다.
불효자는 한탄하기를 “나는 팔자가 왜 이다지도 사나운고! 이제는 신 거꾸로 신은 부처도 못 만나겠구나.” 하면서 탄식하였습니다. 이제는 돈도 떨어지고 신발도 떨어져 더 이상 찾으러 다닐 수도 없게 되어 굶주린 창자만 움켜쥐고 그토록 구박했던 어머니가 계신 시골 오두막집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몇 날 며칠을 얻어먹으면서, 굶으면서 집에 도착하니 밤중이었습니다.
이제 불효자는 싸리문을 두드리며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떠날 때는 늙으신 어머니야 굶든 돌아가시든 상관 않고 상의 한마디 없이 배신하고 떠나 버린 불효 자식이 이제 갈 곳이 없으니까 다시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싸리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아들의 음성을 들은 어머니는 “오, 네가 살아 왔구나. 돌아왔구나.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하시며 허둥지둥 뛰어나와 싸리문을 열어 주시고는 “얼마나 고생했느냐? 얼마나 시장하냐?” 하시면서 자식의 밥상을 차려 주시기 위하여 허둥지둥 부엌으로 달려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본 불효 자식의 눈에 어머니가 신발을 거꾸로 신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 불효 자식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하, 신 거꾸로 신은 부처님은 바로 집에 계신 우리 어머니셨구나.’ 하고 그 동안 불효 막심했던 모든 잘못을 눈물로 뉘우치고 그날부터 어머니를 부처 섬기듯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신발, 무엇이든지 좋은 것이 생기면 언제나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어머니께 먼저 드리고 어머니를 먼저 입히고 어머니께 먼저 바치고, 꼭 부처 모시듯 온갖 정성과 사랑을 오직 어머니께만 쏟았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으며 가정은 천국이 된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 아들이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사업을 하든 손대는 것마다 만사형통, 운수 대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에 큰 부자가 되었고 장가도 들어 어머님을 모시고 아들딸 많이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옛 성현의 말씀에 “子孝雙親樂(자효쌍친락)이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라.” “아들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면 두 부모는 즐겁고 가정은 화평하게 되며 집안 만사는 다 형통하게 되느니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곧 성서의 진리와 동일한 말씀입니다.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그리하면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잠 23:25, 엡 6:3).
우리도 복 받고 잘되기를 원할진대 부모님, 곧 보이는 하나님을 보이지 않는 하나님처럼 온전히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섬기도록 합시다. 그리하면 시대마다 효자들에게 큰 복을 주셨던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에게 또 큰 복을 주실 것이요, 성서의 약속대로 불사 나라, 새 세상을 유업으로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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