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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 있어서

<행복한 인터뷰>경월소주 경리부장 농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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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냇가에 반사되어 초롱초롱 노래를 부른다. 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하늘을 날고 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상큼하다. 이제 하늘은 더 높아지고 말들은 살이 찔 것이다.

한농마을 백합동 입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마을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라고 한다. 오늘도 마을입구에 예쁘게 달아놓은 꽃길 가로수에 태풍을 피해 옮겨놓았던 사피니아 화분을 막 걸어놓고 오는 길이란다.

  

그는 바로 강릉에 있는 유명 소주 회사 경월소주의 경리부장 출신으로 20여 년 전 일찍 농부가 된 최우제 이장(제)이다. 회사 재정 전체를 움직이던 그는, 요즘 월급으로 환산하면 년 봉 1억이 넘는 무척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체신부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의 기업인 경월소주로 이전, 그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 30대에 경리부장으로 자리를 잡은 그는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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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그가 돌연 한농마을 회원이 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밤낮이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순간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가족들과도 만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보람도 있고 좋아서 시작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일에 파묻혀 언제까지 죽도록 살아갈 것인가?’ 높은 자리와 돈이 주어질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여유와 쉼이란 생각할 수도 없는 기계와도 같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자신의 길을 전환하게 된 동기는 진실한 삶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싫어졌던 것이다. 모든 사업가들이 겪는 이중적 사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점점 용납하는 자신이 싫어졌던 것이다. 남에게 적당한 거짓말을 해야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고 그래야 회사도 살고 나도 살고 하는.... 이율배반적 삶이 싫어졌던 것이다. 6.25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유복자로 태언난 그가 유교학자이신 할아버지 밑에서 배운 올바른 인생의 가치관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어린 시절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사업가의 길을 끝까지 달려보지 않아도 그 길의 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어떠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돈을 벌지만 가족과 거리는 멀어지고...,몸은 점점 더 피곤해지고...,

그는 진정한 행복과 쉼을 필요로 하는 자신과 아내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수개월의 오랜 고민을 접고 그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인생에 있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아내를 통해 한농마을 석선선생님을 알게 되고,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찾게 해준 돌나라 한농복구회 회원이 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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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늘 밀짚모자를 쓰고 냇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정한 쉼을 누리는 농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친구들이 저의 선택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처음에는 그 좋은 직장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가 산다는 것에 대해 미쳤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말 부러워하고 있죠. 농부도 그냥 농부가 아니라 ... 한농마을 농부는 다르죠.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농부, 유기농만 고집하는 농부, 하늘의 순리를 배우고 사람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농부..., 이런 농부가 되기는 쉽지 않죠. 우리가 먹는 밥상, 우리가 먹는 먹거리, 각종 식품들을 보면 다 놀라죠. 친구들도 젊을 때부터 그렇게 열심히 하면 그 위에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죽어라 노력해서 이웃들과 경쟁하며, 서로 속이고 밟고 싸우며, 위로 위로 올라가 보지만 결국 남는 것은 피곤과 늙은 몸, 결국 정년퇴직밖에 기다리는 것이 없잖아요? 지금의 저를 너무 부러워하는 이유죠. 그 긴 시간들을 저는 가족과 함께 자연과 함께 인생의 쉼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운인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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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름과 성은 서로 달라도 한 가족으로 따듯하게 살아가는 백합동 마을이 너무 좋다고 한다. 이른 새벽이라도... 늦은 저녁이라도 보일러가 고장 나면 달려가서 고쳐 주는 창수삼촌, 비가 오면 언제든지 달려가 고쳐주는 명근 삼촌,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유기농 음식들로 가득 채워 기다리고 있는 만나실 태자이모, 언제나 흥겹게 노래로 마을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는 노아엄마, 현숙이모..., 모두모두 금싸라기처럼 귀한 마을 가족들..., 남도 없고 담도 없는 이곳 생활에 살다보니 벌써 귀밑에 하얀 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일생 후회 없는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런 삶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설레인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도 마을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체크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인터뷰를 마치고 종종 걸음으로 백합동 마을 꽃길을 걸어 올라간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도 웃음이 번져 나온다.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런 웃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