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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한국사회의 두 가지 ‘괴사(怪事)’

한국인들의 ‘애국심’과 ‘자부심’은 세계가 알아준다고 한다. 국산품 애용하기, 금 모으기를 비롯한 일련의 애국적인 행동과 내수제품의 가격인 품질을 수출제품의 가격이나 품질보다 더 중요시하는 그 자존심은 한때 중국인민의 애국심과 민족적 자부심을 촉구하는 ‘촉매제’로 중국 언론들이 자주 인용하곤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면서 보면 그 국산품을 애용하는 한국인들의 애국심 혹은 자부심에 회의를 품게 한다. 백화점 수입명품 판매대를 둘러보면 상품 판매원들이 한결같이 날리는 이 같은 멘트.

“그래도 선진국이 다르죠! 국산은 아직도….”

한국인들이 구미선진국이나 일본의 명품을 추구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듣던 것과는 다르게… 서울 곳곳에서 구제품시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섬유제품은 이름이 있는데 그래도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무작정 구미제품을 선호한다.

정말 듣던 것과는 ‘완전 딴판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것이 있다. 하루는 필자 눈으로 똑똑히 중국산을 어느 매장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걸 봤는데, 팔 때는 무조건 국산이라고 잡아뗀다. 단, 식품 재료만큼은 유독 ‘신토불이’ 의식으로 국산은 확실히 ‘미주산’이나 ‘호주산’보다 대접받는다.

화제를 조금 돌려보자. 한국사회는 분명 평등한 사회지만, 그 이면에는 계급사회 성격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무시하고 노는 물도 끼리끼리고, 신분별로 계급이 확연한 다르다. 그렇다면 이미 계급이 정해진 필자는 서울에서 어느 계급에 속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조금 궁금했는데, 서울에서 반년 남짓 거주하면서 한국의 다양한 계층과 만남의 잦아질수록 괴이한 현상을 겪는다.

신분이 높은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수록 더 대우받는 분위기고,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수록 무시하는 태도가 은근히 깔린 인상을 받는다. ‘공익사업을 한다’고 분주하게 활동하면 그 공익사업 대상자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영세민’들이 ‘연변사기꾼’인가 하면서 눈을 흘긴다.

하루 일당을 받고 막노동을 하면 작업반장이란 사람의 태도는 어디서 밥 빌어먹으러 온 거지 취급하듯 하면서 잔업을 주는 것이 마치 무슨 큰 선물인 듯 ‘휙~’하고 던져 준다. 또 일반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다 보면 동급들은 자기들보다 한 급별 낮은 대우를 하곤 한다. 받는 보수는 똑같지만 무시하거나 한 차원 낮은 격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장ㆍ차장급들과 함께 있으면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그것도 영세기업의 과장ㆍ차장들이 아니라 중견기업의 중간간부들이 그렇다. 한 차원 높여서 부장급으로 알아주면서 이것저것 ‘지도편달’을 요청한다. 부장이나 중소기업사장들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하면, 중국의 거래회사 사장만큼이나 극진하게 대한다.

오늘은 시험을 보는데, 시험감독관이나 면접을 보는 교수들이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예를 차린다. 심지어 필자보다 어려 보이는 인상을 주는 시험감독관(선임연구원)들이 자리에서 시간을 기다리는 필자에게 커피까지 별도로 타주면서 아는 체를 하고 면접관 교수들마저 면접하면서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황송하게도….

아마도 한국에서 대접받자면, 필자가 대접하고 싶은 신분의 계층에서 어울리는 것이 정답 같다. ◈

   

채바퀴
연변통보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