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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련 자료들

조선 사람, 조선말을 해야지!

조선 사람, 조선말을 해야지! 

 

 

연변과학기술대학은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도움으로 중국에 있는 재중교포 젊은이들을 중국의 지도자로, 나아가 세계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1992년에 설립한 중국 유일의 중외합작대학으로 8개 학부에 1800여명의 학생(100여명의 외국유학생포함)이 있어 3개국 언어(중국어, 영어와 한국어)가 캠퍼스 공동언어로 통용되고 있으며, 100%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 이 대학의 특색이자 강점이다.


 
나는 여름학기 이 대학에서 하루 100분 강의시간 중 대부분 한국어로 강의하고, 나머지 10여분정도 영어로 개요를 정리한다. 물론 100분 내내 영어로 강의할 실력도 안 되거니와 수강하는 학생들의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수강생 대부분은 재중교포 학생인데, 조선족 고등학교 출신은 일부이고, 중국한족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또 중국한족 학생과 러시아 고려인 학생도 몇 명 섞여 있다. 이들이 입학하여 한국어를 1년간 배우고, 2학년 때부터 한국어로 강의하는 강좌를 듣기는 하지만 나와 같이 한국에 온 교수들의 강의를 듣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들은 한국말은 하지만 그 말의 뜻이나 의미를 모르는 것이 많아, 강의 도중에 영어나 한자로 토를 달아주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강의하기 시작한 첫 해 시험문제지에 친절하게도 전공 용어마다 한자(한국에서 통용되는 한자)를 써 넣어 주었는데, 그 한자를 학생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헷갈려 더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평을 들게 된 헤프닝이 있기도 했다. 요즘 중국에서는 조선족(초, 중고)학교가 점점 줄어들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아 우리말이 점점 잊어져만 가고 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 당시 안동대학교 안병렬 교수께서 연구 년을 맞아 이곳 연변대학에 왔다가 조선족 후예들 특히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조선말(한국말)을 잘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조선족 학교가 점점 폐교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정년을 10년 이상 앞당겨 조기 은퇴하고 연변과기대에 와서 "조선 놈은 조선말을 배워야지"하는 신념을 갖고, 연변지역의 조선족 학교를 순회하며 조선족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구입하여 온 각종 도서를 보급하는 순회도서관을 운영하며, 연길시내 백화점에 방 3칸을 임대하여 한국책 독서실(어린이방과 성인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조선족학교를 순회하면서 받은 고통과 어려움은 한국에서 매년 책을 구해오는 수고나 책을 싣고 수십 수백 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학교를 찾아다니는 어려움보다 그 학교 교사나 교장들이 조선족학생들에게 한국 책을 읽기지 않으려는 저항과 냉대이다.


 
우리 한(韓)민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살기 시작하여 우리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만들 수 있었고, 우리가 쓰는 한글은 조선 시대에 세종대왕이 만들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한글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용되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우리 민족의 후예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기보다 섭섭할 때가 한두 번 아니었다.


 
일본의 재일동포 가정에서도 미국의 재미동포 가정에서도 또 러시아 고려인 가정에서도 어른들은 한국말을 하지만 자녀들은 그 나라 말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가?

 

서희돈 장로(내당교회, 대구미래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