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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존경하는 박정희편

정주영 혼쭐 낸 박정희..'기업입국' 정신 아로새겨

정주영 혼쭐 낸 박정희..'기업입국' 정신 아로새겨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병철 고 삼성그룹 회장, 최종현 고 SK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한국 기업사의 영웅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아무도 엄두내지 못하던 일들을 창조해내곤 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경우 1970년대 초 거북선 그림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영국의 은행과 투자회사 경영진을 설득해 조선소(현대중공업) 설립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그러나 고 박정희 대통령이 그를 신들린 듯 뛰도록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대중공업 현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건립해야 한다며 정 회장을 다그친 숨은 주역은 박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60년대 중반부터 국가 장래를 위해 제철, 석유화학과 함께 조선사업을 국책사업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주영 회장에게 조선소 건설을 권유했다.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을 잘 알고 있는 정 회장은 수년간 일본과 미국을 돌며 차관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재정 부족으로 국가 보증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그는 조선소 설립을 포기하고, 김학렬 부총리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 “도저히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명예회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소. 다른 사업을 찾아봅시다"하는 말을 기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도록 심하게 화를 냈다. "여보시오 김 부총리. 앞으로 저 영감에게 어떤 정부일도 주지 마시오!" (정 명예회장은 당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담배를 피우며 잠시 화를 가라앉힌 박 대통령은 “내 앞에서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오. 이번에는 구라파(유럽)라도 가보시오”라고 지시했다.

도저히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한 정 회장은 결국 ‘죽기살기’로 달려들 수 밖에 없었고, 울산 허허벌판 사진 1장과 바지 속에 있던 500원짜리 지폐로 버클레이은행 측을 설득해 차관을 얻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는 추후 “사심 없는 지도자의 의지와 집념이 내 가슴에 뻐근한 감동으로 와 닿았다”고 술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임원은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박 대통령식 기업정책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의 '기업 입국(企業 立國)' 정신은 오늘날 위정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박정규 기자 skyjk@ecoj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