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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 있어서/석선선생님 저 새 세상의 주인들(대산출판사)

새 세상의 주인들 - 제1장 신 거꾸로 신은 부처 3

신라의 효자 상덕(尙德)
그 다음은 또 신라 때 상덕(尙德)이라는 사람이 살았었는데 이 사람은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는 기근 때에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하여 자기 넓적다리 살을 몰래 베어 바쳤던 사람입니다. 또 부모님의 몸에 악종이 생기면 입으로 독을 다 빨아내 낫게 해 드리는 효자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효자를 위하여 임금님의 마음을 감동시키사 살아 있는 효자의 집에 정문을 세우게 하시고 모든 이 땅의 자녀들의 본이 되게 하셨으며 매년 후한 상금과 쌀을 대주도록 하셔서 그 효자의 가정을 행복하게 살게 하셨던 것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한갓 꾸며 낸 옛이야기가 아니요, 바로 우리 전시대에 우리와 같이 이 땅에서 살았던 효자들의 실제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이조 시대 효자 도(都)씨
이조 철종왕 때 도(都)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 역시 집안은 가난하였으나 효성이 극진하였습니다. 어머님 봉양할 돈이 없으므로 날마다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숯을 구워 장날마다 팔아서 어머님께 쌀과 생선을 사다가 봉양하는 효자였습니다. 하루는 장에서 숯을 팔아 어머님 드릴 고기를 사서 지겟다리 위에 매달아 가지고 숲이 우거진 산 고개를 넘어오는데, “쉿!” 소리가 등뒤에서 나더니만 눈 깜짝할 사이에 큰 솔개 한 마리가 지겟다리에 매단 고기를 낚아채 가지고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소리쳐 봤지만 이미 고기를 낚아챈 솔개는 번개처럼 사라져 버린 뒤였습니다.
그 고기는 다음 장날이 올 때까지 어머님 드려야 할 반찬이었는데, 호주머니에 돈만 있다면 당장 되돌아가 고기를 다시 사 오련만 효자의 호주머니에는 돈이 없는지라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어머님을 빈손으로 뵈올 생각과 반찬 없는 맨진지를 어머님께 해 드릴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혀 눈물만 나는 것입니다. “세상에 솔개도 야속도 하구나. 하필이면 가난한 내 고기, 늙으신 어머님 드릴 고기를 채 갈 것이 무언고!” 하면서 수십 리 길을 울면서 터벅터벅 맥없는 발걸음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광경을 다 지켜보시고 계셨던 하나님, 옛날 엘리야를 위하여 까마귀를 보고 명하사 엘리야의 식탁을 차리게 하셨던 하나님께서는 이제도 천하의 효자의 고기를 낚아챈 솔개를 보고 말씀하시기를 “솔개야, 너 누구의 고기를 물고 왔느냐? 네가 물고 온 고기는 천하의 효자의 고기란다. 그러니 너는 그 고기를 한 점도 먹지 말고 효자의 집 안마당에 가져다가 떨어뜨려 주고 오려무나.” 하셨습니다. 솔개는 그제야 그 고기가 어떠한 고기인 줄 알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 사실도 모르고 수십 리 길을 징징 울면서 집에 도착한 효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까 산 고개에서 잃어버린 고기는 솔개가 다 먹어 치운 줄만 알았더니 집 안마당에 그대로 떨어뜨려 놓고 간 것이었습니다. 효자는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필시 하늘의 도우심이라.’ 효자는 하늘을 향하여 몇 번이나 거듭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의 세월이 지난 후 그처럼 귀히 받들어 모시던 어머님이 임종이 가까운 병환으로 누우신 것입니다. 효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어찌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병석의 어머님께서 “얘, 홍시가 먹고 싶구나.” 하시는 것입니다. 그때는 감이 없는 겨울철이라 집안에는 물론 온 동네 집집마다 다녀 보았으나 감이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저장 기술이 발달되었지만 저장 기술이 없는 옛날에야 감이 있을 리가 만무했습니다. 그러나 효자는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이므로 어찌하든 홍시를 구해 드리려고 망태기를 들고서 혹시나 하여 감나무 밑에마다 찾아 다니며 막대기로 낙엽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혹시 떨어져 말라 있는 홍시가 한 개라도 발견될까 하여서였습니다. 이 동네 감나무 밭, 저 동네 감나무 밑을 뒤적거려 보았으나 한 개의 감도 발견하지 못하고 해만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효자는 한탄만 하고 있는데 바로 그때에 산에서 호랑이가 엉금엉금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다른 때 같으면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났을 것이지만 이날은 어찌된 일인지 말만 듣던 호랑이가 실지로 나타났는데도 무섭질 않고 무슨 개나 말이 가까이 오는 것같이 마음이 포근하고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하나님께서 감동하사 보내신 사신(使臣)이므로 피차 친근하기가 옛날 엘리야와 까마귀같이, 다니엘과 사자들같이 친구를 만난 기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서에도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하나님)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로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잠 16:7)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호랑이는 효자에게 가까이 오더니 엎드려서 자기의 꼬리로 자꾸만 등허리를 타라는 듯이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효자가 알아차리고 올라타니 호랑이는 비호같이 달려 산을 몇 고개를 넘더니 큰 부잣집 대문 앞에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는 벌써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효자가 부잣집 대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부르니 큰 대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주인장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효자는 말하기를 “지나는 객이온데 길 가다 날이 저물어 들렀으니 하룻밤만 유하여 갈 수 없겠소?” 하고 청하니 인심 좋은 시골 주인은 반갑게 영접하면서 “우리 집에 방도 많고 사랑채가 비어 있으니 들어오셔서 편히 쉬어 가시오.”라고 영접하는 것입니다. 밤중쯤 되었을 때입니다. “손님, 손님!” 주인이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오늘이 자기 아버님 제삿날인데 음식을 좀 잡수라고 깨웠다는 것입니다. 시골에서는 제삿날 손님이 왔을 경우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속이 있습니다. 눈을 비비고 들어오는 음식상을 바라보니 놀랍게도 상 위에 자기가 그토록 헤매며 찾았던,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인 홍시가 한 접시 있는 것이 아닌가. 효자는 놀랍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니까 주인은 의아하여 물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효자는 호랑이를 타고 온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주인은 자기의 무릎을 탁 치며 “그러면 그렇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손님이 물으니 “내가 우리 아버님 제사를 위하여 해마다 감 2백 개씩 저장을 해 두면 다 곯고 물러 터져서 겨우 칠팔 개 정도 남아 아버님 제사 상(床)에 놓을 한 접시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오십 개나 싱싱하게 남았으므로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지성이면 감천(至誠 感天)이라, 하늘이 당신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하셔서 바로 천하의 효자, 당신에게 주시려고 이렇게 오십 개나 안 썩도록 보존하여 주셨으니 이 감들은 다 당신의 것이오. 그러니 염려 말고 이 상 위의 감은 잡수시고, 나머지 것은 모두 그릇에 잘 싸서 담아 드릴 테니 가지고 가셔서 자당님을 봉양해 드리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감을 얻게 된 효자는 병석에서 기다리고 계실 어머님 생각으로 그 밤을 남의 집에서 자질 못하고 밤중에 작별하고 대문 밖을 나왔습니다. 나와 보니 아까 태워다 준 호랑이가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올라타니 비호같이 달려 순식간에 자기 집 문 앞에다 내려 주고 호랑이는 산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어머님의 소원을 풀어 드리게 되었다는 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우리와 같이 이 땅 위에 살았던 앞 시대 사람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 것입니다.
까마귀에게 부탁하사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곰에게 명하사 엘리사를 조롱하는 자들을 혼내 주게 하시고, 솔개에게 명령하사 효자의 고기를 날라다 주게 하시고, 호랑이에게 명하사 효자를 태워서 홍시를 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서 어찌 엘리야를 하늘로 데려가심같이 또한 사랑하는 이 시대 효자 효녀들을 또 새 세상으로 데려가지 아니하시겠습니까! 이 땅에서 보이는 하나님을 극진히 섬긴 자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긴 거나 똑같아서 반드시 새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고 우리에게 주신 첫 계명에 친히 약속하셨습니다. 그 외로도 하나님 책의 많은 곳에 거듭거듭 약속하셨습니다. 예로부터 하나님께서는 비록 효자들이 유․불․선 도(道)를 몰랐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지극히 사랑하사 친히 함께 동행하시며 소원에 넘치는 이적을 베풀어 주시고 온갖 복을 다 내려 주신 사실들이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