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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2> 무심코 먹은 연어가 중금속 덩어리였다고

"당신이 먹는 음식을 조심하라".

미국 노트르담대학교의 생태학자 개리 램버티 교수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주민들에게 경고하는 말입니다. 만약 오대호 주변에서 연어나 송어 등 물고기를 자주 잡아 먹었다면 몸속에 수은 등 중금속이 축적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램버티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산란 후 죽는 연어를 통해 오염물질이 오대호 수계와 지류로 전달되는 과정을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과 기술'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북미 대륙의 북동부에 있는 오대호는 이리호 온타리오호 미시간호 휴런호 슈피리어호 등 5개의 거대한 호수를 말합니다. 전체 면적이 75만4000㎢로, 우리나라의 7배가 넘습니다. 오대호는 세계 담수량의 20%가량 된다고 합니다. 호수 주변 약 250개 도시에는 대규모 제철소와 원자력발전소,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즐비합니다.

램버티 교수는 "오대호 주변에서도 특히 시카고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의 대도시와 인접한 곳일수록 오염도가 심각하다"면서 "그동안 오염물질이 꾸준히 제거되었지만 여전히 잔류성 오염물질이 오대호에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시간호는 수은, 폴리염화비페닐(PCB), 살충제인 DDT의 분해산물인 DDE 등의 오염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램버티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들 중금속은 대부분 공업용 폐수나 생활 하수를 통해 오대호로 흘러든 것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램버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환경문제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지만 예상 밖의 부작용으로 불거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오대호에 사는 태평양연어는 토착종이 아니라 급격히 불어난 청어(alewife)의 개체 수를 제어하기 위해 방류된 외래종입니다. 

연어는 어릴 때 애벌레와 곤충 유충 등을 섭취하다가 조금 더 크면 청어와 같은 물고기까지 잡아먹습니다. 연어의 먹이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대호의 오염물질이 몸에 축적됩니다. 

램버티 교수는 "중금속 등 오염물질은 지방 친화성이기 때문에 지방질이 풍부한 연어의 조직에 쉽게 흡수된다"고 설명합니다. 

연어의 회귀성 때문에 오염물질의 이동이 일어납니다. 산란을 하러 상류로 이동하는 연어의 습성이 오염물질을 함께 옮겨가는 것입니다. 상류 하천의 물고기가 산란을 마친 연어의 사체나 알을 먹으면서 몸속에 오염물질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어가 회귀하는 상류에 사는 물고기의 체내 오염물질 수준이 오대호의 연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독일의 한 해양연구소(Geomar)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인 세슘 137의 태평양 확산을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2분30초짜리 동영상 자료를 보면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10년간 방사성 물질이 퍼지면서 2015년 3월께 우리나라 해역의 50%가 오염되고, 2019년쯤에는 일본 근해와 한반도 등 태평양 전역이 세슘 오염으로 가득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오대호에서 잡은 연어를 과잉 섭취하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임산부나 어린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건강한 성인에게도 몸무게에 따라 g 단위까지 연어의 섭취량 기준을 권장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