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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6> 지구온난화 두번째 주범, 검댕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6> 지구온난화 두번째 주범, 검댕

中 주연료 석탄 연소때 많이 배출

 

 

- CO₂의 3분의2, 메탄 보다 강력해

'베이징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이징에 가면 기침을 하고, 베이징을 떠나면 기침이 멈추는 현상을 빗대 외국인들이 만든 우스갯소리입니다. 1990년대 생긴 말인데 최근 중국에 사상 최악의 스모그 사태가 벌어지면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주 끔찍한 스모그 때문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베이징 시가 공개한 자료만 봐도 지난 12일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기준치(25㎍/㎥)의 약 40배인 993㎍/㎥로 나타났습니다. 스모그 때문에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이 지난 13일 하루 생산을 멈췄고, 병원에는 심혈관계·호흡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넘쳤습니다. 중국의 심각한 스모그는 한반도까지 건너왔습니다. 환경과학원은 14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 영향을 끼친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중국 대륙에서부터 퍼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한 이유에 대해 에너지 연료로 많이 사용되는 '석탄'을 지목합니다. 중국에는 오염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춘 못한 소형 석탄화력발전소가 많고, 가정에서도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탄은 연소과정에서 수은 크롬 등 중금속 물질과 함께 검댕(블랙카본)도 배출합니다.

그런데 이 검댕이 지구온난화의 강력한 원인물질이라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리즈대학교 등 전 세계 31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최근 지구물리학-대기 연구 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검댕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배나 강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온난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검댕의 온난화 효과는 지난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추정치보다 배나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를 주도했던 워싱턴대학교의 대기학자 새라 도허티 박사는 "IPCC 보고서를 비롯해 그동안의 연구에서 검댕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에 이어 세 번째 대기 오염원으로 꼽혔다. 그러나 4년에 걸쳐 이루어진 이번 연구 결과 검댕이 온난화에 주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3수준이며, 메탄보다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다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검댕은 대기 중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면 온난화 방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풀이한 대목입니다. 연구팀은 "디젤 엔진과 나무 석탄 등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검댕 배출량 감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온난화 폭을 0.5도 줄일 수 있다. 이는 2100년까지 2도 이내 기온상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약 20년의 시간을 버는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실행 의지와 선택에 달렸습니다. 이달초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를 보면 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소비자들이 현재의 요금보다 2~4배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건강에 주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매년 3억6100만~8억865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됐습니다. 국가 GDP의 2.5~6.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비용을 물더라도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환경문제를 제쳐두고 당장 이익을 취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