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없다면 함부로 아프지도 마라!
[서울=동북아신문]타지생활에는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아플 때에는 누가 보살펴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앓고 나서 혼자 이겨내야 하는 서러움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서러운 일이 있다. 아플때 국민건강보험이 없이 병원을 찾으면 어지간한 진료만 받아도 진료비 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진료비가 몇 만원 단위로 나오고 또 조금만 정밀한 검사라도 한다면 부담하기 조금 버거운 진료비가 나온다.
누구한테나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인들도 병원 가기 무서워 질것이다. 왜냐하면 직장인들도 부담하기에는 작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건 바로 국민건강보험덕분이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면 몇 만원씩 하는 진료비와 약값은 의료혜택으로 몇 천원 정도로만 나오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은 타지인 한국에서 아플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 였다. 웬만하면 병원을 가지 않거나, 건강보험에 가입하거나, 주변의 한국친구들이 빌려주는 건강보험증으로 병원에 다녀 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순간이 있고,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 또한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내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친구들의 건강보험증을 빌려서 다녀오곤 했다.
나도 한번은 그랬어야만 했는데 그날 나는 지금도 이가 갈리는 치욕을 받았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에 더 병을 기르면 안되겠다 싶어서 친구의 이름으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친구의 허락을 맞고 사용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진료를 받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조마조마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진료가 시작되었고 안도의 숨을 쉬려는 찰나에 간호사는 외국인임을 눈치채고 나한테 다가와 가족신상 관련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궁지에 몰렸고 가난한 학생신분임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자 정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멸시에 찬 눈빛으로 이는 법률위반이라며 하였다. 아주 잠깐 동안이나 내 사정을 이해해주길 바랬던 마음들이 싸늘해 지면서 알았다는 말로 간호사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총 11만원이 나온 진료비를 지불하고 병원을 나왔다.
실제로 이렇게 국민보험 부정사용은 심각해서 2012년부터는 국민보험 부정사용에 대해 벌금 부과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안기고 있다고 한다. 만약에 그날 내가 그대로 친구보험증을 사용했더라면 형사처벌을 당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 면에서 간호사한테 고마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법을 어기려는 마음을 가진 건 아니였지만 방심하는 순간 그 길을 걸으려 했다. 외국인인 우리는 왜 이렇게 위법행위에 쉽게 노출되었는가? 법은 왜 우리를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제한하는 도구인가? 첫째로, 외국인으로써 한국에서 살면서 우리의 건강을 책임져 줄만한 정책은 아직 미비하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부분 노무수출을 통해 왔고 장시간의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건강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둘째로, 외국인에게 맞춤 한 건강보험 종목이 없다. 실제로 나는 학교에서 들어놓은 보험이 있다. 하지만, 웬만큼 큰 사고가 아니라면 보상 받기 힘든 보험이라 한번은 친구랑 우스개 소리로 내가 죽지 않으면 이 보험은 받을 일 없을 거라고 하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들어놓은 보험은 큰 일에는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보탬이 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보험에 들 생각이 없다. 학생으로서 국민건강보험 요금을 부담하기는 버겁고 그것외에 나한테 맞춤한 건강보험도 그다지 없다. 그렇다고 큰 코 다치고 친구보험증 다시 쓸 생각도 없다. 나한테 준 그 멸시의 시선들이 비수로 꽂혀 쉽게 아물지 않는다. 나는 단지 앞으로 아프지 않도록 몸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마음 가짐뿐이다. 그리고 외국인도 건강관리할 수 있게 한국정부에서 예산을 들여서 정책적으로 실시했으면 하는 바램이고 외국인에게 맞춤한 건강보험 종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 건강보험에 가입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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