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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조선족사회 미래에 대하여/허명철

이미 오래전부터 간간히 흘러나오긴 했었지만 최근들어 조선족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논조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인구감소로부터 교육문제, 농촌집거구 해체, 민족간부비례 감소 등 현실상황은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 

반면 국경을 넘나드는 인구이동, 도시에 새롭게 일떠서는 코리안타운, 사이버공간에서 충분히 진행될 수 있는 민족교육,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정부공직 아닌 민간단체에서 두각을 내밀고 있는 지성인들의 등장은 조선족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판단은 아직 너무 이르다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비관이든 낙관이든 문제는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개변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룰 혹은 환경, 민족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에 걸림돌로 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 및 그 극복 대안을 올바른 자세와 냉철한 시각에서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너무 사치스럽게 낭비해 왔었고 깨뜨릴 수 있는 장벽 앞에서 너무나 소심했었으며 삶의 기본터전인 중국의 제도적, 정책적, 법률적 환경에 대한 연구도 등한시 했었으며 합법화한 공민권을 행사하여 자기의 권익을 정당화하는데 게을리 하였다. 뿐만 아니라 걸림돌에 대한 극복에 있어서도 메마른 “구호”차원에 멈추어 있었으며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 못했거나 혹은 실시하지 못했다. 
조선족사회의 밝은 미래를 창조할려면 여러가지 도경과 대안이 있겠지만 최소 우리는 두 가지 동시적인 작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요청된다. 하나는 자연적 제도적 문화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자기의 권익을 지켜가고 대변할 수 있는 실천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민족에 대한 순수 학문적 차원 아닌 계몽적 차원의 연구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민족이란 이 상상의 공동체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또한 교육시스템을 가동하여 개체성원들이 조선족이란 이 공동체에 애정을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 조선족구성원이란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한다. 민족에 대한 애정과 민족구성원으로서의 긍지를 바탕으로 인생이 설계된다면 당연 민족을 위한 사명의식이 키워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항은 우리들이 조선족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문제이다.조선족사회의 진로를 탐색할 때 우리는 흔히 그 대상을 200만에 한정하고 중국사회란 닫힌 차원을 그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조선족사회의 존재는 한반도와 갈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200만 조선족뿐만 아닌 한국과 조선국적 소유한 동포도 있다. 이들과의 연대, 한반도와 연대라는 열린 차원에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세계화시대에 살아가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열린 시각으로 열린 시공간 속에서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전망해 볼 때 200만 중국국적 소유한 동포들이 단순 혈통이나 호적등록 차원을 벗어나 진정한 조선민족성원이라는 의식을 안고 살아간다면, 또한 이 200만이 중국 경내에 있는 30만을 넘는 한국인, 그리고 통계적인 수자가 불확실하지만 분명이 주변에 살고 있는 조선인(조교)과 민족을 바탕으로 한 연대성을 지켜간다면, 나아가서 이 200만이 7000만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그 에너지는 무궁한 것이며 이 거대한 에너지가 방출한다면 조선족사회의 미래는 역시 찬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개척해 나감에 있어서 어느 특정시기 일시적인 방편을 위해 취했던 조치들은 적당한 조정도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살기에 중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논리의 지배하에 일가에서는 이중언어교육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중언어교육실시를 위해 조선족학교들에서도 상당수의 한족교원을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한족교원들이 조선족학교에 취직하게 될 경우 그만큼 조선족교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조선족사범교육도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기필코 제반 조선족교육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실 언어습득은 학교뿐만 아닌 텔레비나 만화영화와 같은 기타 도경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발 물러나서 우리가 중국에서 과연 언어장애 때문에 승진을 못하고 개인의 영달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보아진다. 법적인 평등이 보장되었다 해도 보이지 않는 사회적 룰을 깨뜨리지 않는 이상 우리가 아무리 중국어에 능숙해도 주류사회 진출은 여전히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의 생존무대가 중국경내뿐 아닌 전체 지구촌임에야.

한 세기 넘게 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청정부의 봉건통치하에서도 일제치하에서도 민족의 얼을 지켜온 우리가 오늘날 세계화시대에 자기를 잃어간다는 것은 진정 조상에게 미안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