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인의 한국 생활

소외와 차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 밖에 살면서 유대교적 관습을 유지하고 살던 유대인을 표현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타의에 의해 고국을 떠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어찌보면 재외동포 모두가 디아스포라의 범주에 속하지만, 그중에서도 역사의 조난자로 어디에서나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이 있다. 바로 사할린 한인, 재일조선인, 조선족 동포로 이를 범주화할 수 있는데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며 재외동포 정책이 추구해야 마땅할 철학을 묻고자 한다.

 

일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와 독도 영유권 분쟁, 역사 왜곡만이 아니었다. 강제징용으로 조국을 떠나고, 독립을 외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국으로 가야 했던 동포들이 정착지에서 소외와 차별 속에 살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부정될 수 없는 역사적 삶 속에서 일부 동포들이 한국으로 귀환했음에도 이들이 흘린 눈물을 닦아줄 세심한 휴머니즘적 태도가 미흡한 것이 재외동포 정책과 한국인의 시각이다.

 

강제징용되어 사할린으로 떠난 동포들은 해방 뒤에도 미군정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사할린 개발을 원했던 소련의 영향으로 인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못한 한인 묘들이 그러한 슬픔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생존한 분들을 위해 귀환 이주 정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영주귀국을 할 수 있는 자에 대한 법적 기준이 광복 이전 이주자에 국한되고, 부부를 제외한 동반 가족의 귀국이 허용되지 않아 귀환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할린특별법 상정 노력이 17대 국회 때부터 있었지만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했다는 것은 재외동포 지원이 그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해 후순위로 밀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처럼, 일본에서 숱한 차별을 겪고 있는 동포들이 재일조선인이다. 일본 정부는 무상교육 배제, 지방자치제 보조금 지급 중단 같은 조처로 노골적인 조선학교 차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조선학교가 친북 성향이 짙다 하여 적극적인 구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해결하려는 재일 활동가의 여권 발급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반면 한국인의 편견이 두드러져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족 동포들이 있다. 한국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되며 소외되고 있는데, 생계를 위해 입국한 동포들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안타까운 경우 또한 발생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재외동포들에 대한 인식 제고와 복수 국적 허용 확대, 별도 주민등록증 발급 등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재외동포를 인정하기에 앞서 그들이 이국땅에서 살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그들의 처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모색할 수 있고 실질적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재외동포를 남북 대결의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념이 아닌 가슴으로 포용할 때 역량 있는 많은 동포들이 한국에 기여할 기반이 조성되고 남북관계의 신뢰와 동질감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세대가 과거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재외동포들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기념관 조성이나 역사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한인들의 생명을 훼손했던 현장에 기념시설을 건립함으로써 과거사가 올바르게 전승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동포들의 역사적 자긍심과 한국적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개방적 민족주의로 나아가는 데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에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체현해야 했던 동포들을 보듬을 정책과 의식 개선을 기대해 본다.

 

박인규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 회장·공주대부설고 3학년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