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에 오르는 어린양은
자기 자유를 다 빼앗겨 버린 양이다
자기의 마음도, 자기의 계획도, 자기의 뜻도 없다
자기의 몸도, 자기의 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몸이 가려워도 긁을 수 없고
몸이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움직일 수 없다
주인이 묶어 놓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주인이 내려치는 칼에 맞아
비명을 지르고 피를 토하며 죽어야 한다
이것이 수많은 양들 가운데서 영광으로 뽑혔다는
제단에 오르는 어린양이 가는 마지막 영광의 길이다
제단에 오르는 어린양은
죽기 전 꽁꽁 묶인 채 자기의 과거를 회상해 본다
끝없는 초원을 달리면서 동무들과
마음대로 풀을 뜯으며 뛰놀던 옛날
맑은 시냇물과 시원한 강가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마시며 마음껏 노래 부르던 옛날
어릴 때 달밤에 엄마 가슴에 기대어 별들을 세면서
마냥 행복했던 옛날을 가만히 회상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찾아와서
너는 여호와께 드려질 어린양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모든 친구들과 온 양떼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 준다
영문도 모르는 천진한 어린양은
모두들 영광이라 좋아들하니 덩달아서 좋아했다
그후 얼마 있다가 다시 주인이 찾아와서
가자고 하므로 처음 가는 길이지만
기쁨으로 즐겨 순종하여 따라갔다
주인은 먼 길을 도착하자 아무 말없이
어린양의 사지를 꽁꽁 묶어 버렸다
그래도 어린양은 가만히 묶이면서 혼자 생각했다
영광으로 뽑힌 제단의 어린양은 이렇게 하는가 보다
그런데 주인은 또다시 힘센 팔로 어린양을 안아서
이제는 높은 제단 말만 듣던 높은 제단에 올려 놓았다
그래도 어린양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영광으로 뽑힌
어린양은 이렇게 하는가 보다 하며 몸을 맡겼다
제단에 오른 어린양은 제단이 좋은 줄만 알았더니
사방에서 몸을 마구 꾹꾹 찌른다
살펴보니 거칠게 쪼갠 장작더미 위에다
가만히 있어도 매우 고통스럽고 식은땀이 난다
그 위에다 따가운 햇볕은 눈을 뜰 수 없게 내려 쪼인다
침은 마르고 목은 타는데 사지는 꽁꽁 묶여 죽을 것만 같다
이제는 무서운 마음이 들고 매우 두려워 떨린다
그래서 크게 울면서 엄마를 마구 불렀다
그래도 엄마는 대답이 없다
엄마는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가 버렸나보다
어린양은 더욱 무서워서 이제는 친구들을 마구 불렀다
친구들도 저희끼리만 어디론지 가 버렸나보다
어린양은 너무나 두려워
온몸에 식은땀만 흐르고 숨은 가쁘다
이제는 엄마 부를 힘도 친구들 부를 힘도 없다
마구 무섭고 떨리기만 한다
그렇게 사랑 많던 주인이 이제는 생각만 해도 무섭다
이제 잠시 후에는 주인이 시퍼런 칼을 들고 와서
내 목을 사정없이 내려 찌르겠지
그리고 장작더미에 시뻘건 불을 질러
그토록 아끼던 내 하얀 털도 몸도 머리도
마구 태워 나를 죽여 버리겠지
그런데 왜들 어째서 나를 보고들
영광이라고 부러워하고 손뼉들을 쳤을까
어린양은 죽음 앞에서 잠시 다시 생각을 해본다
오, 그래 내가 뽑혔을 때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지
“네 한 몸 제물로 드려지면 온 세상 네 친구들과 가족들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영원히 살 수 있단다
그러니 얼마나 거룩한 영광이냐 그것은 아무나 못하는 거룩한 희생이란다”
하시면서 눈물짓던 엄마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어린양은 이제야 엄마의 말씀과 눈물을 깨닫게 되었다
오! 그렇다 내가 이 제단에 오르지 않으면
내 대신 우리 친구 누군가가 와서 아무 죄도 없이
나와 같이 고통하며 무섭게 떨다가 죽어야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친구 대신 죽고 그 친구가
내 대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마음씨 착한 어린양은 행복하게 살 친구들을 생각하니
원망과 공포의 마음은 다 사라지고 무한히 행복하기만 했다
과연 자기는 영광스럽게 뽑힘 받은 어린양
친구들을 위한 최고의 거룩하고 영광된 몸이 된 것이다
이제는 뾰족한 나무들이 몸을 마구 찔러대도
따가운 햇볕이 아무리 내려 쬐어 괴롭게 하여도
주인이 칼을 들고 와서 목을 내려 찌를지라도
시뻘건 피가 터져 나오고 죽음이 덮쳐 온다 하여도
뜨거운 불이 타올라 온몸을 다 사뤄 버린다 해도
무한한 기쁨과 만족감 속에 영광으로 사라지리라
다만 행복하게 살게 될 친구들의 얼굴들
행복한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가슴 벅찬 기쁨을 안고서
하늘만큼이나 큰 행복감의 구름 수레에
마음이 점점 높이높이 하늘로 떠올라 간다
아, 이 얼마나 큰 영광 큰 행복인가!
제단의 어린양은 영원한 행복감 속에 조용히 눈을 감는다
만면에 웃음을 가득히 지으면서 영원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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