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조선족들과 그릇된 부조문화

국어사전의 해석에 의하면 “부조”는 “잔치집이나 상가(喪家) 따위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여 도와주는것”을 말한다. 이같은 의미에서 부조문화는 기쁜일이나 슬픈일이 있으면 서로간에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면서 자그마한 도움을 주거나 성의를 표하는 일종의 처사라 할수 있다.

 

그러나 60만명에 달하는 조선족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살고있는 재한조선족사회를 살펴보면 부조문화는 본연의 순수한 뜻과 고유의 전통이 진작 퇴색한것은 물론 기형적으로 변하고있는 상황이다. 부조에 대한 쟁론은 오래전부터 시야비야해온 주제이지만 최근에 와서 기형적이면서도 그릇되고 과도한 부조가 란무하고 성행하기에 한마디를 해본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재한조선족들은 불법체류자가 많고 입국문턱이 높았던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말미암아 결혼식이며 회갑연회며 생일잔치를 일반 식당에서 간소하게 진행하군 했었다. 그러나 근년에는 한국의 출입국정책이 대폭 확대되여 입국문턱이 한결 낮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차원이 제고되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대부분 뷔페음식이 제공되는 례식장에서 번듯하게 치르고있다. 서울에서도 최고급을 자랑하는 신풍역 부근의 백악관웨딩홀 례식장은 일요일이면 중국동포들의 결혼식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보통 3~5회씩 진행되고있다.

 

지금 재한조선족들의 부조는 본연의 참뜻과 범위를 초월하여 부조명목이 번다하고 부조액수도 일반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이전에는 결혼잔치, 환갑잔치, 돌잔치 등 큰일에만 사람들을 청했지만 요즘에는 비자만료로 귀국한다고 부르고, 한국에 왔다고 부르고, 식품점을 오픈했다고 부르고, 음식점을 개업했다고 부르고, 부모님제사라고 부르고, 려행사를 꾸린다고 부르고, 행정사를 차렸다고 부르고, 외손군 생일이라 부르고, 꽈배기 등 장사를 한다고 부르고있다.

 

이렇게 부르면 빈손으로 갈수 없는데 보통 관계면 기본적으로 한화 10만원(인민페 600여원)이고 사이가 좋으면 20만원을 부조해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이 결혼하면 보통 40~50만원이고 형제간이나 조카사이면 80~100만원씩 부조하고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부조돈을 벌기 위해 자녀들의 결혼식도 중국에서 한번, 한국에서 한번 모두 두번씩 치르고있다. 그리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인제는 친척이나 친구 및 고향사람들의 전화나 메시지를 받기도 두렵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형제자매나 조카들의 대사에 조금만 부조하라는 말이 아니며 서로간에 부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주인들은 부조돈을 벌기 위해 청첩을 보내지 말아야 하고 축하객들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생활수준에 맞게 부조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한조선족들의 부조문화는 축하의 뜻을 표시하고 서로간의 우정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부조돈에 너무 집착하고있어 문제이며 또 부조액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이다.

 

일부 사람들은 축하나 위로를 받고 우정과 상봉을 위한 초청보다 부조돈을 벌 목적으로 초청하다보니 평소에 그닥 래왕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산발하는것은 물론 지어는 친구의 친구거나 풋면목인 사람들에게도 청첩메시지를 보낸다. 이처럼 낯이 두터운 사람들은 자기집 행사에는 남들을 많이 불러 부조돈을 모으지만 정작 부조를 받은적 있는 남의 집 행사에는 청첩이 와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군일때마다 10만원씩 부조를 하느라고 정말 죽을 지경이야. 매주 일요일은 거의 쉬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다녀야 하는데 지난달에는 회갑잔치와 돌생일 그리고 제사집에 50만원을 부조했다. 월평균 20만원은 기본이야…한집에서 한번만 부르고 두세번씩 부르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왜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외손군들의 생일이나 부모님들의 제사때에도 청하는지 모르겠어. 참가하자니 피곤하고 그렇다고 참가하지 않자니 이후에 보기 어색하고…정말 진퇴량난이다. 인제는 핸트폰 번호를 바꾸고 아예 련락을 끊고싶은 생각이 가끔씩 들기도 해…”

 

이같은 속심말과 하소연은 사이가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면 어김없이 주고받는 말이다.보는바와 같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과소비형 부조문화와 기형적인 부조문화, 돈을 받기 위한 부조문화에 불만을 품고있지만 체면과 인정때문에 어쩔수없이 수응하는것이 오늘날 재한조선족들의 가슴아픈 현실로 되였다. 그리하여 부조는 인간과 인간사이에서로 돕는다는 아름다운 의미를 벗어나 적라라한 금전관계로 되였다.

 

일부 사람들은 한집에서 군일때마나 빼놓지 않고 두세번씩 부르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또 부조돈이 부담되여 어떤 군일에는 아예 모르는척하는데 이로 하여 “좁쌀이”요 “짠돌이”요 하는 비난을 받고있다. 어찌보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몰인정하고 야박한것 같지만 체면때문에 청하는 곳마다 빼놓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과 돈이 없어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을 못하는 사람들과 비하면 제노릇을 착실히 하고 따라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전에 무남독녀를 중국에서 시집보낸 한 사람은 한국와서 부조를 하기도 버거웁고 또 부조금을 돌려받겠다고 무슨 명목을 만들기도 그렇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부조돈을 벌기 위해 자식들을 두번씩 결혼식을 치르게 할수 없다고 말했다.

 

료해에 의하면 일부 사람들은 어떤 일요일에는 군일집이 두집이나 되여서 부부간이 갈라져 각각 부조하고있으며 홀몸인 사람들은 시간을 맞추어 두곳에 가거나 축의금을 계좌에 넣어준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꾸어서 부조를 하고있었다. 부조가 성행하기에 별별 해괴한 일들이 일어나고있는것이다.

 

물론 이처럼 누가 부르면 빼놓지 않고 부조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만큼 받지 않았으면 부조한만큼 받을것을 예상하고 지갑을 열고있을수도 있지만 받은 사람이 그때가서 부조하겠는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기대와는 달리 그 사람의 부조를 받지 못하면 두집사이가 좋을리 만무할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부조를 받고도 부조를 하지 않는 철면피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어찌보면 부조는 엎음갚음이고 리자가 없는 저금과 같다고 말하지만 기약없는 그때를 위해 한주간의 피곤을 무릅쓰고 번마다 얼굴을 비치거나 풍족치 못한 살림에서 목돈을 꼬박꼬박 내는것도 취할바가 아니다. 그리고 체면을 차릴 필요는 더욱 없다고 본다. 만약 두집관계가 친하지 않으면 청첩이 왔건말건 가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체면을 중히 여기고 낯이 가려워 청하는 곳마다 다니다보면 돈은 버는족족 나가고 적금은 좀체로 불어나지 않을것이다.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시의 대림동 부근과 안산시의 원곡동 일대에서는 매주 일요일이면 재한조선족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늦게까지 중국식당과 노래방을 출입하며2차, 3차를 하는것을 볼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축하객들인데 하루종일 술에 불려있다보니 걸음걸이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한다. 이 정도면 “표현”이 좋은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숙취한 상태여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어대고 로상방뇨하는 등 추태를 새벽까지 연출하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지역주민들의 반감을 사는것은 물론 재한조선족들의 이미지를 형편없이 추락시킨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동포단체 관계자는 피땀으로 번돈으로 한달에 몇번씩 이런 모임에 참가하는 동포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하면서 기형적인 부조문화실태에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다른 한 지성인은 일부 사람들은 집세와 부조돈 및 기타 소비를 합치면 월급의 50~60%를 쓰고있는데 어떻게 돈을 적금하냐고 하면서 재한조선족들의 지나친 과소비현상과 그릇된 부조문화에 대해 짙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000달러를 초과한 부유한 나라이지만 국민들의 결혼식 축의금은 보통 5만원이다. 물론 친척이나 절친한 사이면 10~20만원을 부조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한국인들은 소득이 적고 또 대부분 월세방에 사는 우리 재한조선족들의 부조기준이 10만원이라니 놀라운 기색을 지었다.한국인들은 하객이란 당사자들을 축복해주는 동시에 서로간의 돈독한 우의를 나누고 결혼행사의 분위기를 돋구어주기 위해 참가하는것이라고 여긴다. 우리 재한조선족들과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한국에 온것이지 향수를 누리고 소비를 하려고 한국에 온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입국시의 초심을 절대 잃지 말고 부지런히 돈을 벌고 아껴쓰면서 돈을 모아야 한다. 누구는 돈을 벌려고 사랑하는 안해(남편)를 고향에 두고 왔을것이고 누구는 돈때문에 귀여운 자식들과 갈라져있을것이며 누구는 돈을 위해 부모님의 림종도 지켜드리지 못했을것이고 또 누구는 돈때문에 장애자로 되였을수도 있다.이같은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우리 재한조선족들이기에 피땀으로 번 한푼한푼을 아끼고 절약하면서 적금해야 한다. 과소비현상이나 그릇된 부조풍조에 물젖어 흥청망청 쓰면서 랑비하여서는 절대로 안된다!

 

우리 재한조선족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하루 10~12시간씩 근무하기에 정신상 및 육체상에서 매우 힘들다. 매주 한번씩 돌아오는 휴식일에 자기집에서 소중한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노라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는 금방 사라지고 온몸에 새힘이 솟구칠것이다.

 

비록 우리들은 풍요로운 래일의 삶을 위해 한국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며 잠시 체류하고 있지만 한국의 선진적인 문화와 기술을 배우고 한국인들의 문명하고 례절이 밝고 절약하는 정신 등 여러가지 장점을 따라 배워야 한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세계속에서 진정으로 문명하고 부유하고 앞서가는 민족으로 부상할수 있다. 그렇지 않고 과소비풍조와 그릇된 습관에 물젖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돈없고 가난한 민족으로 전락하고말것이다!

실제형편에 따른 적당한 상부상조, 돈독한 우정을 위한 문명한 부조문화, 소박하지만 축하와 위로의 뜻이 다분한 부조문화, 따뜻한 정성과 부담감없는 부조문화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수립하고 조화롭고도 문명한 재한조선족사회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윤활제와도 같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 기회를 빌어 재한조선족들 모두가 지금부터라도 그릇된 부조문화와 작별하고 깨끗하면서도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우리 백의민족의 부조문화라는 미풍량속을 길이길이 계승하고 발전해가기를 기대해본다.

박광익/해란강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