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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 있어서/석선선생님 저 새 세상의 주인들(대산출판사)

새 세상의 주인들 - 제2장 인류의 희망 12

 

<詩> 
어느 물고기의 일생
 
어느 경치 좋은 산하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강물 속에 이 세상에서 제일 자기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씨 고운 물고기가 살았었다오
 
이 물고기는 자기 눈에는 세상에서 최고로 예쁜 자기 새끼들을 기르기 위해 수백 수천 마리의 알을 낳기 시작했고 또한 정성껏 깨었다오 이 마음씨 착한 엄마 고기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예쁜 나의 새끼들이 나오면 내 몸의 피와 살까지 다 먹여서 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로 예쁜 고기로 길러야지’ 하면서 엄마 고기는 새끼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새끼들을 위한 사랑으로 충만했다오
 
귀여운 새끼들은 모두들 나오자마자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엄마의 몸의 부드럽고 연한 부분을 아주 조금씩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자라기 시작했다오 엄마는 간질간질하게 자기 몸을 떼어 먹는 귀여운 새끼들에게 자기 몸을 다 내맡기면서 ‘사랑하는 새끼들아 부지런히 엄마의 살을 먹고 예쁘게 빨리 자라다오’ 마음속으로 빌었다오 엄마 고기는 귀여운 새끼들 위해 자기 몸을 다 주는 것이 최대의 행복으로 여기며 데리고 다녔다오
귀여운 새끼들이 처음에는 엄마의 연한 부분의 살을 서로 밀고 밀리면서 재미있게 간지럽게 뜯어먹더니 점점 자라면서 이빨도 나고 몸도 커져서 이제는 엄마의 단단한 몸의 살까지 파먹어 들어가기 시작했다오
처음 어릴 때는 간지럽게만 느끼던 엄마도 이제 장성한 새끼들의 날카로운 이빨로 뜯는 데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느꼈지만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끼들의 대견스런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무한한 행복감은 육신의 살을 뜯기는 심한 아픔과 고통을 인내로 참으면서 나머지 살을 먹여 주고 있었다오 새끼 고기들은 연한 살보다 갈수록 단단한 엄마의 살이 더욱 맛이 있어 더욱 세차게 파먹었다오
 
그러나 새끼들은 자기들이 밀고 싸우며 맛있게 먹는 이 밥이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자기들의 사랑하는 엄마를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고 엄마는 이렇게 항상 좋은 것만 우리에게 먹여 주시는 사랑의 엄마시라고 새끼들은 모두 엄마를 칭찬하면서 좋아라 꼬리춤들을 추면서 더욱 맛있게 뜯어먹었다오 그러다가 새끼들은 엄마의 내장까지 파먹게 되었고 엄마의 내장에서 쓴 것이 입에 들어오면 이것은 쓰다고 불만 불평 내뱉으면서 다른 것을 먹어야겠다고 옆의 형제들을 쳐 받아 밀고 싸우면서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웠다오
 
이제 다 큰 새끼들에게 뜯어먹히는 엄마는 너무 심한 고통과 아픔에 견디다 못해 자신이 살기 위하여 새끼들을 떼어 놓고 새끼들이 없는 저편 강 바위 밑으로 비틀비틀 힘을 다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오 있는 힘 다하여 도망 쳐 온 엄마 고기는 이미 수천 마리 새끼떼들이 온 강바닥에 다 퍼져 살고 있었기에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벌써부터 와서 살고 있던 새로운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피가 사방에서 흐르는 엄마에게 더욱 세차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뜯어먹는 것이 아닌가
 
엄마 고기는 또 못 견디어 이제는 저쪽 강기슭 나무 뿌리 밑으로 죽을힘을 다해 피를 흘리면서 도망 쳤다오 그러나 이곳 역시 벌써부터 와서 살고 있던 수많은 새끼들이 우리는 이제까지 엄마를 기다렸다고 하면서 달려들어 엄마의 신음 소리도 아랑곳없이 미친 듯이 뜯어먹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또다시 살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또 다른 곳으로 온 강바닥을 다 도망 쳐 보았으나 자기가 살 곳이란 아무 곳도 없었고 오히려 이곳 저곳에서 엄마를 보고 까맣게 달려든 수많은 새끼떼들에 의하여 하얀 가시뼈만 남을 때까지 뜯어먹히고 있었다오
 
엄마의 그토록 예쁘고 빛나던 아름다운 모습, 넓은 강 어디를 가나 모든 물고기 식구들이 모두들 나와서 바라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던 엄마의 빛났던 아름다운 모습은 새끼들에 의해 간 곳이 없게 되었고 이제 남은 엄마의 모습이라고는 몽롱해져 가는 머리 부분과 보기도 흉한 허연 가시뼈들을 지나서 꼬리지느러미뿐 고운 살 빛난 비늘 하나 없이 허연 뼈만 남게 되었다오 이제 뼈만 남은 엄마는 수심 깊은 강물 바닥 하얀 모래사장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오
그러나 머리에 붙은 엄마의 입술은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달막달막 무엇을 중얼거리고 있었다오 그것은 오직 새끼들 잘되기만을 비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오 드디어 모래사장에 가라앉은 엄마 고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오
처음부터 끝까지 이 거룩한 엄마 고기의 거룩한 희생을 지켜보면서 말없이 눈물만 흘려 주던 마음씨 고운 강물 친구는 오직 새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한 엄마 고기의 거룩한 시체 앞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손수 새하얀 모래 무덤에 정성껏 묻어 장사를 지내 주었다오
그리고 강물 친구는 거룩한 엄마 고기 생각에 천리 길 만리 길을 걸어가면서 계속 소리내어 울면서 울면서 길을 갔다오 그래서 강물은 오늘도 울면서 흐르고 있다오
이것이 사랑 많은 어느 엄마 고기의 일생이라오

 

ps: 대산출판사 석선선생님 저 "새 세상의 주인들"은 www.doalnara.com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