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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24> 자정 향해 달리는 '지구 종말 시계'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디자인한 마틸 랭스도르프 여사가 지난 9일 미국 시카고 인근의 한 요양시설에서 9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습니다. 랭스도르프 여사는 1947년 물리학자였던 남편 알렉산더 랭스도르프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서 힌트를 얻어 지구 종말 시계를 디자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종말 시점을 자정으로 정한 뒤 핵전쟁이나 기후변화 등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위협요인을 계산해 종말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알려주는 시계입니다.

종말 시계는 자정 7분 전에서 출발한 이후 21차례 수정됐습니다.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하던 1953년에는 밤 11시58분, 종말 2분 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전략무기 감축협약을 체결한 1991년에 밤 11시43분으로 늦춰지는 등 조정이 있었고, 현재는 종말 5분을 남긴 11시55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종말 5분 전. 지구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강 볼까요. 가장 뜨거운 곳은 한반도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약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옛 소련의 체르노빌 참사는 동화로 보일 만큼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만에 하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주변 4강까지 뒤엉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적 측면의 피해도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중동지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다툼이 언제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자꾸 빨라지고 있습니다. 핵전쟁과 달리 온난화 자체를 인류의 직접적인 생존 위협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해마다 더워지는 지구는 심각한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여름(한국의 겨울)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 등에 시달렸고, '화난 여름(Angry Summer)'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습니다. 여러 국제기구는 온난화 속도가 예측치보다 배 가까이 빠르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어떻습니까. 최근 러시아 전문가는 일본에서 앞으로 1년 반 안에 9.0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약 300년간 화산활동을 멈춘 일본 후지산에서도 이상 조짐이 잇따라 보고됐습니다. 산 중턱의 호수 수위가 갑자기 낮아지거나 도로가 푹 꺼진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멀쩡한 도로와 주택가 땅이 꺼지면서 큰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곳곳에 나타났습니다.

지구멸망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소행성과의 충돌입니다. 최근에는 지구 근처에 다 와서야 관측된 소행성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급기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7년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포획하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현실화되면 도대체 종말 시계를 몇 분 전으로 맞춰야 할까요. 더 걱정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인류가 서로에게 분열과 증오만 드러내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유전자 변형 인간의 출현을 비롯해 정보 독점을 통한 감시사회(빅 브라더)로 향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