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관령 눈꽃 산행을 하던 노부부 중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실종됐다. 숨진 정모(73) 할머니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모 씨는 24일 오후 2시10분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선자령 정상 부근을 등반하던 탈진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숨졌다. 이날 선자령 일대의 기온은 영하 2~3도였지만 평균 초속 11~12m의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정 모 할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저체온증이란 중심체온(항문 안쪽의 직장에서 잰 온도)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혈액 순환이 잘 안돼 각종 장기에 손상이 가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저체온증은 기온이 아주 많이 떨어질 때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만 해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저체온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체온이 정상(37.5도)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저체온증 진단 기준인 35도가 되면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긴다. 체온이 33도로 내려가면 근육이 딱딱해지고, 30~31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지며, 29도가 되면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고, 28도가 되면 심장이 정지해 사망한다.
고혈압, 당뇨병, 말초혈관질환자, 동맥경화증 등과 같이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체온증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체온 조절의 핵심 기관이 바로 혈관이기 때문이다.
저체온증은 실내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송경준 교수가 전국 17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89명의 저체온증 환자의 차트를 분석한 결과, 저체온증이 나타난 장소로는 실내가 33.7%(30건)를 차지했다.
송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추운 날 난방을 하지 않고 지낸 경우가 대부분으로,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실내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자다가 저체온증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