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전반적인 사회생활로 보면 중국은 ‘권총문화’고 한국은 ‘눈총문화’다. 눈총이 권총보다 덜 공포감을 주기는 하지만 눈총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권총은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은 그래도 중국보다는 좀 더 부자유스럽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이러한 눈총의 질시를 느끼는 한국에서, 4개월을 생활하다 보니 득을 보는 것도 있다.
원래 필자는 타인의 눈총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타입이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과 오랫동안 생활해 오면서 연변의 눈총문화에서도 퍽 자유스러웠던 사람이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연변보다 더 심한 눈총문화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담배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담배에 대한 규제에 좀 위축돼 거리에서도 담배를 함부로 피우지 않았다. 항상 구석진 곳을 마주해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웠는데 가만히 보니 한국인들은 밀폐된 공중장소 이외,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닌가. 그래서 조금 여유를 느끼고 고시원에서도, 실내에서도 담배를 피워댔는데 그만 그것이 화근이 됐다. 복도엔 필자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자보까지 붙을 지경이 됐다.
“요즘 4층에서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딱 피우고 싶을 때는 베란다에 나가서 피웁시다. 실내에서 계속 담배를 피운다면 민원 올리겠습니다.”
그 대자보에 순간 발끈했지만 하는 수없이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태웠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창문이 있는 방으로 바꾸어 달라”고 사정했고, 한 달 후 창문이 딸린 방으로 옮겼다. 이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바로 옆방에 있는 청년이 슬쩍 자기 창문을 닫으면서 “실내에서 고기를 굽나? 독하네!”를 뱉어내고, 이어서 투덜투덜하는 작은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중국에선 니코틴 타르 함량이 대략 십 미리 남짓의 담배만 태우다 보니, 한국에서도 니코틴 타르 함량이 가장 높은 팔 미리 말보르 레드를 피우곤 하는데… 그 담배가 한국인들에겐 독했나 보다. 옆방의 청년도 가끔은 담배를 베란다에 나가서 피우는 것을 보고 괜찮겠다 싶어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웠는데 그 청년이 투덜거린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청년이 원장에게 민원이라도 넣었는지, 원장이 찾아와 ‘담배를 조심해달라’고 부탁하고 갔다. 필자 옆방에 사는 젊은이들이 ‘흡연 금지인데 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당장 내쫓아달라’는 불만을 터트렸다던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불만이 있으면 직접 필자와 얘기해서 조용히 조율할 만도 했는데 왜, 애꿎게 민원을 하는가’ 싶었다.
그 부탁을 듣고 하는 수 없어 담배양을 줄이기로 했는데, 지금은 반 갑 정도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태운다. 원래 중국에서는 하루에 서른 개비 정도 피웠는데 많이 줄었다.
하여튼 ‘주변 사람의 작은 탈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총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변화된 건 흡연뿐만 아니다. 이를테면 강좌를 들을 때 옆에 앉은 아가씨가 투덜댈까 봐 하루 사워를 두 번씩 하고, 양말에 속옷을 날마다 갈아입고, 천생 바르지 않을 것 같던 스킨로션을 바르고, 복근 만들어보겠다고 하루 반 시간씩 허리 돌리기 운동 등 이렇게 두루두루 몸을 가꾸는데 규칙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신경 쓰게 됐다. 심지어 신발 바닥에 깔창까지 깔게 돼 키도 삼 센티나 커졌다.
필자가 거울을 봐도 얼굴이 아주 희멀끔해졌다. 오늘도 필자는 거리에 나서기 전에 눈총들을 엄청나게 의식한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또 샤워하고, 스킨로션 바르고, 속옷과 겉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머리 빗고, 고고싱이다. ♣
新儒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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