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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한국말 잘하는데 무슨 다문화?'편견에 우는 조선족

"중국동포는 다문화가족이 아니잖아요. 우리말을 잘 하시죠. 그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말고 직업을 찾아 보세요."

결혼 생활 3년차에 접어든 중국동포 출신 이모(38·여)씨는 지난해 찾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담당자의 무심한 말투에 상처를 받았다. 어색한 말투를 고쳐 곧 태어날 아이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이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 어디에도 도움받을 데가 없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다문화가족의 경우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중국동포 출신 박모(40·여)씨는 다문화가족문화센터 요리 강좌에 참여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박씨는 "기념촬영을 하는데 사진사가 '이주 여성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면 베트남 출신 여성을 앞에 세우고 중국동포를 뒤에 세우는게 좋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안팎으로 차별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홀대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이들의 모습이 한국 사람과 다르지 않고 우리말을 사용할 줄 안다는 이유로 지원 서비스를 차별할 정도다. 되레 '한국계'라는 것이 다문화가족이면 누구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혜택도 받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1만 5341가구)에 따르면 45%의 중국동포 다문화가족이 차별과 무시를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답변을 한 전체 다문화가족의 평균(41.3%)을 웃도는 수치다.

그나마 정부 지원도 '이제 막 이주한 결혼 여성'에게 집중되다 보니 중국동포 다문화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자녀 문제와 같은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책과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박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엄마가 중국동포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한동안 힘들어했다"면서 "어디 상담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딱히 도움이 받을 곳이 (센터 내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결혼 이주 남성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참여조차 제한적이다. 중국동포 남편(36)을 둔 한국인 부인 김모(37)씨는 최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가 실망감만 떠안았다. 남편 일자리 지원 등을 문의하자 센터로부터 "결혼이주 여성을 위한 지원만 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김씨는 "우리도 다문화가족인데 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25일 "우리말을 못해 도움이 더 필요한 결혼 이주 여성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게다가 각 지원센터들이 아직 지역 특수성이나 집단별 수요를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건수 강원대 검색하기">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중국동포가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결혼 이주민들이 겪는) 문제가 적을 것이라는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이들을 향한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