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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천박한 휴식문화 - 죽음의 등산 열풍

천박한 휴식문화 - 죽음의 등산 열풍

 

일본에 등산여행을 갔던 한국인 등산 동호회 회원들이 산행 중 조난을 당했고 그 중 4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에베레스트' 원정 등반도 아니고 '아이거북벽' 정복 등반도 아닌 그저 평범한 동호인들이 이웃나라 관광지 등산여행에 나섰다가 재앙을 당한 것이다. 최근 중국 북경에서도 한국 교민 10여명이 등산 중 조난을 당해 중국 구조대가 출동해 구출한 아슬아슬한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우선 이번에 일본에서 산행 중에 참변을 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 한국인들의 잘못된 여가 문화와 광적인 등산문화에 대해 한번 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의 등산문화는 거의 집단적 현실도피 수준이거나 맹목적 운동이나 과시욕으로 변질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토종브랜드인 모 아웃도어 브랜드는 동네 조그만 가게에서 출발 해 매출 4천억이 넘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추세와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경제규모 및 소득과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기형적인 규모로 성장하여 왔다.

 

시장규모의 성장속도나 상품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화 고급화되었는데 그것은 거의 불필요 할 만큼의 레저문화의 비대화이자 허세의 각축장과도 유사해 보인다.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청계산이나 뒷동산인 아차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라. 주말에 춘천 가는 지하철 속에 여행객들을 관찰해 보라. 차려입은 아웃도어 의류들이 가희 최고급 백화점을 방불케 하고 마치 다들 ‘에베레스트’에라도 오르는 사람들처럼 현란한 차림 세이고 자못 비장한 무장과도 같다.

 

우리의 등산문화는 전문 산악인이나 아마추어 등산 애호가들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고도화 전문화 되어 가고 있다. 전문 산악인들이야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등산 애호가들임에도 자연에 동화되며 산을 느끼고 바람과 향기 속에서 삶의 여유와 휴식을 취하는 자세가 아니다. 주중 일상 각박한 생활에서의 경쟁을 산에 까지 가져 온 또 다른 경쟁의 연속으로 보일 정도이다. 경쟁하듯 화려하게 꾸미고서 경쟁하듯 무조건 오른다. 오늘 등산이 조용한 휴식이거나 부족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내일 경쟁사회에 재투입되기 위한 극기와 단련으로 오르는 ‘스케줄’이 되어 있다.

 

이 산 저 산 다 올라 본 경험이 있어 자랑스럽고 산세나 지형에 대해서 그리고 등산 용품에 대해서 해박 해 져야 말발이 선다. 높이 오르고 많이 오르려고만 한다. 산행 스피드나 난이도에 불만이 생기면 떨어져 나가 별도의 등산모임을 만든다. 어깨에 힘깨나 들어갔던 사람이 퇴임 후 공허를 메꾸듯 매달리는 정체성 제자리 찾기이자 수양의 길로서 호평 받고 있다. 퇴임 전 평소의 삶이 그 같이 겸손하였다면 뒤늦게 왜 그런 힘들게 오르며 낮아지는 불편한 수양의 시기가 필요할까.

 

대한민국 사회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모든 면에서 과시욕과 성취욕과 경쟁의식을 드러내는지 모르겠다. 미주든 유럽이든 선진국에 가 보면 대단한 산세나 자연적 지형을 가진 관광지임에도 해당국 여행객들이나 등산객들이 북적 북적 거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못 평화롭고 한가하다.

 

우리는 어떤가. 주말 만 되면 대한민국 모든 산들은 찾아오는 등산객들로 인해 고통스러울 것이다. 일종의 자연 파괴이고 환경오염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만이 오염이 아니다. 쉬고 싶은 산과 나무와 풀과 돌과 새와 동물들에겐 공포이자 고역이 될 것이다. 차마 인간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그런 사물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고 치자.

 

그렇다고 '산행'이 인간으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동화되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휴식을 취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적절한 운동을 목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쟁의식과 정복욕의 연속이고 문화적 쏠림에 합류하며 현시욕이나 과시욕의 일환이라면 그건 곤란하지 않겠는가.

 

조난사고는 돌발적 이상기후에 모든 원인이 있지 않다. 그러한 산행이 꼭 필요한 일이었나를 차분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병적으로 치열한 사회이다. 주말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이웃과 함께하는 휴식과 레저활동 마져 그렇게까지 치열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진정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경제적 조건 만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삶의 질과 사회 문화에서 그리고 인생의 참 가치를 보는 인식의 틀에서 풍요롭고 아름다워야 참다운 선진국 사회이고 문명화 된 인간이다. 이제 우리 모두 후진 문화인 서열적 경쟁의식과 집착을 버리고 생활에 여유를 찾을 때이다. 과욕을 버리고 삶에 무리를 범하지 말자. 자기 자신을 잃지 말 일이며 휴가나 휴식 또한 딱 휴식처럼 보내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