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어 혼용시대가 가져다 준 혼란과 기회
김희수
지금 중국조선족은 한국과 조선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우리 언어를 혼용해 쓰고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출판물에서는 그래도 기존의 우리 문법과 맞춤법을 지키고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연변, 한국, 조선의 문법과 맞춤법을 섞어서 쓰고있다.
예전에는 중국조선족들이 쓰는 언어가 주요하게 조선에서 편찬된 사전을 따랐지만 1990년대이후 한국나들이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서 쓰는 말과 글을 따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되면서부터 조선과의 인터넷소통이 불편해진 반면에 한국과의 인터넷소통이 활발해진 현실에서 우리 중국조선족은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쓰는 말과 한국에서 쓰는 글을 따라하게 된것이다.
말을 례로 들면 예전에 우리가 끝말에 늘 쓰던 “-습둥”, “-습꾸마”는 점점 사라져가고 “-요”, “-다”로 끝나는 서울말씨가 늘어나고있는 추세이다. 한국나들이가 늘어나면서 한국에 장기간 거주해있다가 귀국한 사람들이 먼저 한국말을 쓰기 시작했고 한류열풍을 빌어 우리 안방을 차지한 한국드라마도 연변말을 바꾸는데 한몫 했다.
글을 놓고 말하면 기존의 우리 문법과 맞춤법을 지키는 부류도 있고 한국문법과 맞춤법을 따라하는 부류도 있으며 마구 섞어서 쓰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한국식을 따라 하는 부류들도 한국문법과 한국맞춤법을 제대로 바르게 따라 하지 못하고있다. “연말(년말)”, “노인(로인)” 등은 한국식으로 잘 따라 쓰지만 “웃통”, “뒤골목” 등은 그냥 우리식대로 쓰고있다. 한국식대로 쓰자면 “윗통”, “뒷골목”으로 써야 하겠는데 말이다. 한국식을 따라 하는 부류의 뛰여쓰기도 80%는 한국식이고 20%는 연변식이다.
이렇게 우리 글을 혼용해 사용하는데서 혼란이 조성되고있다. 게다가 인터넷발달로 신조어가 매년 수백개씩 생겨나면서 신조어의 속출로 인터넷을 아는 신세대와 인터넷을 모르는 구세대의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한국과 조선도 언어의 이질화현상이 심화되고있다. 조선에서는 한국말과 글을 외래어투성이여서 리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한국에서는 “은을 내다”, “죽탕치다”와 같은 조선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사전이 없이는 리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언어의 이질화현상을 내버려두면 혼란이 조성되면서 정상적인 소통마저 어려워질수 있다는우려도 나오고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더 늦기전에 이질성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한국과 조선 량쪽과 모두 교류가 가능한 우리의 우세를 리용해 남북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우리의 공통어가 혼란해지는 현상을 바로잡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인터넷시대인만큼 우리 말과 글을 혼용해 쓰는 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이들의 리유는 사전상의 어법을 너무 딱딱하게 적용하면 그로 인해 자칫 다채롭게 생성되고 변화하는 언어의 생동감을 훼손할수 있다는것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과잉교정인간이란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누리군(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과잉교정인간이란 맞춤법이나 표준어 등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잘못된 언어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문법과 띄여쓰기 등 올바른 언어사용에 집착하는 사람을 말한다. 맞춤법을 지키는것은 당연하다는 반응과 표준어와 맞춤법을 지키는 자세는 좋으나 지나친 집착은 피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있다.
지만 나는 우리 조선족사회에도 과잉교정인간이 나타나 혼란한 언어사용현상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과잉은 뺀 교정인간쯤은 나타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 조선족사회에서 처음에 “조선족기시”라고 잘못 쓰던 표현을 지금은 “조선족무시”라고 바로잡아 쓰고있는 현상도 묵묵히 헌신하는 교정인간의 공헌이 아니겠는가?
지금 조선족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중에 “연길시의 미용”에서 처럼 “미관”이라고 써야 할것을 “미용”이라고 잘못 쓴것, “머리가 쇠뇌되다”에서 처럼 “세뇌”라고 써야 할것을 “쇠뇌”라고 잘못 쓴것 등등 그리고 주어와 술어가 맞물리지 않는 현상도 수두룩하다. 이런 현상도 교정인간이 나서서 제때에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시대에 한국식을 따르는 우리 언어사용현상을 막을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외래어를 무조건 따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고유어에 있는 말은 외래어를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쓰는것이 우리 언어를 지키고 바르게 사용하는 길이라고 본다. 외래어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도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네티즌(网民)을 순 우리 말로 “누리꾼”이라고도 쓰고있다. 이렇게 우리 말로 만들수 있는 외래어는 우리 말로 만들어 쓰는게 원칙이라고 주장하고싶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로 타자할 때 맞춤법이나 띄여쓰기를 자동으로 바로잡아주는 기능이 있는 “한글2007”을 사용할것을 권고한다.
한국식이든 조선식이든 연변식이든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것이 우리 언어의 혼란한 사용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폐”, 조선에서는 “페”라고 사용하고있는데 내 개인의 생각으로는 이런 경우에는 조선식대로 “페”를 사용하는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적어도 자판을 두드려 타자를 할 때 컴퓨터키보드(电脑键盘)에서 시프트키(shift key)를 누르는 수고를 덜수 있다. 또 조선에서는 다운로드(下载)를 “내려받기”, “내리적재”라고 쓰는데 내 개인의 생각에는 이런 경우에도 조선식으로 우리 말로 쓰는게 옳다고 본다. 우리는 고혈압에 먹는 약을 “강압약”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조선식대로 “혈압내림약”이라고 쓰는게 더 우리 말다운 표현이라고 본다.
그리고 한가지, 글은 사람이 만든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없는 글을 편리하게 만들어 쓸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글에는 “福”에 해당되는 소리가 없는데 “ㅈ”에 점 하나를 쳐서 “ㅊ”가 되는것 처럼 “ㅍ”에 점 하나를 쳐서 그에 해당되는 소리글자를 만들면 우리 글에서 소리 본딴 말도 좀 더 완벽하게 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 언어사용에 위기가 나타난 지금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언어사용에서의 혼란을 바로잡아 갈 때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하나 하나 바로잡아가느라면 올바른 우리 언어사용법이 정착되고 그릇된 사용법은 점차 사라지게 될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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