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 바로 ‘한글날’입니다. ‘한글’은 우리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한글날은 그 어떤 국경일보다 국민의 공감과 감회가 큰 것 같습니다
한글 반포 567주년이 되는 오늘을 기념해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흥미진진한 한글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래요?
1) 최초의 한글날은 11월 4일!
한글날이 언제인가요? 라고 물으면 모두가 입을 모아 ‘10월 9일!’이라고 하겠지만, 최초의 한글날은 11월 4일이었고, 그때는 한글날을 ‘가갸날’이라고 불렀습니다.^^ 한글날이 10월 9일이 되기까지의 변천사를 함께 살펴볼까요?
한글날을 처음으로 기린 때는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음력 9월 29일이 되는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의 주도로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 기념식을 갖고 이날을 제1회 ‘가갸날’로 정했습니다. ‘세종실록’에 1446년(세종 28) 음력 9월에 훈민정음 반포가 기록되어 있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한 것이었습니다.
1927년에는 ‘가갸날’이 ‘한글날’로 바뀌었고, 1932년부터 양력 날짜로 환산한 10월 29일에 한글날을 기념하다가 1934년에 정확한 양력 환산법을 적용해 10월 28일로 한글날을 정정합니다. 그러다 1940년 7월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었고 집현전 대제한 정인지 서문을 통해 반포일이 9월 상한(上澣)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순의 끝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되었죠.^^
정부는 한글 창제 500주년인 1946년부터 10월 9일부터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 거국적인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한글날은 1990년 단순 기념일이 되었다가 2006년에 국경일로 격상, 올해부터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2) 띄어쓰기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한글에서 띄어쓰기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글자들을 잘못 붙여놓으면 아주 다른 말이 되어버리니까요. 띄어쓰기의 중요성은 초등학교때부터 익히 배워왔는데요, 아주 흔한 예로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방에 들어가신다는 것인지, 아버지께서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것인지 뜻이 불분명해집니다. 또한, 띄어쓰기가 되어 있으면 읽기도 아주 쉽죠.
처음으로 한글을 띄어 쓴 사람은 그럼 누구일까요? 놀랍게도 한글에 띄어쓰기를 한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알파벳을 표기할 때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추측하는데요, 처음으로 띄어쓰기를 한 문헌으로 밝혀진 것은 1877년 존 로스(John Ross)가 지은 ‘Corean Primer(조선어 첫걸음)’입니다. 이 책은 최초로 띄어쓰기를 한 책이자, 가로쓰기를 한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목사였던 존 로스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중에 1876년 압록강을 건너 온 한약 장수 이응찬을 만나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는 한국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1877년에는 Corean Primer를 펴냈습니다. 이 책에는 평안도 사투리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으며 1과와 3과에는 띄어쓰기를 하고 있지만, 2과에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최초로 띄어쓰기 한 문헌으로는 1882년 박영효가 쓴 ‘사회기략(史話記略)’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관성이 없어 제대로 된 띄어쓰기라고 보기는 어렵고, 본격적으로 띄어쓰기가 이루어진 것은 ‘독립신문’이 발간되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띄어쓰기가 정착되면서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 띄어쓰기를 공식적으로 규정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3) 다듬잇돌에 한글이?
문화재를 살펴보면 마치 무늬처럼 한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자가 상형문자이기 때문인지 그런 문화재를 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요, 만약 한자 대신 한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 생활문화재에 한글이 적혀 있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듬잇돌, 시루, 담뱃대, 사발, 떡살, 기와 등에 한글이 적혀 있다는 것인데요. 다듬잇돌은 다듬이질을 할 때 밑에 받치는 돌입니다. 다듬잇돌 위에 옷감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려 구김살을 펴내죠.
[여인들의 생활용품 다듬잇돌에 한글을 새기다]
여인에게 친숙한 생활용품인 다듬잇돌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이나 부귀다남(富貴多男)이란 글귀를 새겨넣었다고 하는데요, 부귀다남은 한자어로 새겨진 것만 발견되었고, 수복강녕은 한글로 적힌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최영애돌'이라고 하여 이름을 새긴 다듬잇돌도 있고, 대량으로 생산된 것 마냥 조각과 글씨체가 매우 유사한 것도 있습니다.
[오매와 풍진을 한글로 새긴 담뱃대]
담뱃대에는 오매와 풍진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요, 오매는 흔히 오매불방(寤寐不忘)에 사용되는 말로, '자나 깨나 언제나'라는 뜻입니다. 풍진(風塵)은 '바람에 날리는 티끌'로 '세상에 일어나는 시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담뱃대에 '자나깨나 늘 어지러운 세상'이라는 의미를 적어놓은 선조의 유유자적한 태도가 느껴지지 않나요?^^
또한, 공기처럼 작고 네모난 나무토막 다섯 개에 각각 한글을 새겨 오행점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를 '한글 오행점 윷'이라고 하는데요, 매년 정월에 신수점을 칠 때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한글을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뭐 대단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이 오랫동안 한자와 함께 사용되어 왔고, 한자에 비해 괄시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한글이 이렇게나 백성의 실생활에 깊게 파고들어 함께 해왔다는 점이 참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한글에 대한 오해는 없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한글에 대한 오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바꾸어야겠죠?^^
1.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발명했다?
보통 사람들은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발명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말'을 발명했다면, 이전에는 '우리말'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외국말을 쓰고 있었다는 뜻인 걸까요? 이는 언어와 문자를 혼동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오해입니다. 세종대왕은 우리말을 글로 옮겨 쓸 수 있는 '한글'이라는 문자를 창제한 것이지요.^^
2. ‘한글’은 세계기록유산이다?
[비단과 종이에 싸여 있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사진:문화재청)]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유를 내세울 때 흔히 '한글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지 '한글' 그 자체는 아닙니다. 세계기록유산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기록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지난 1997년 직지심체요절과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죠!
3. 우리나라에서 한글 전용으로 간행된 최초의 책은 ‘월인천강지곡’이다?
한글로만 쓰인 최초의 문헌은 무엇일까요? 세종대왕이 쓴 '월인천강지곡'? 1896년에 발행된 '독립신문'? 그것도 아니면 19세기에 간행된 기독교 서적들일까요? 정답은 1755년 목판본으로 간행된 '천의소감언해'입니다. 이 책에는 영조를 왕세자로 책봉한 데에 따른 노론과 소론의 분쟁, 1748년(영조 4)의 화란과 을해옥사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공식으로 간행되지 않은 단편이지만, 주로 한 장씩만 남아 있는 고문서 중에도 한글로만 쓰인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글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왔기 때문에 한글에 대해 따로 찾아보거나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은 아주 일부분일 수 있어요. 한글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여러 면모를 알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질 겁니다.^^ 우리 한글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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