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18> 뉴욕 '허리케인 대응'이 부러운 이유

뉴욕타임즈는 지난 5일 자에 '쿠오모 주지사의 샌디 계획'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허리케인 '샌디' 탓에 피해를 입은 연안지역 주택을 매입해 공원이나 철새보호구역, 모래 언덕 등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과 폭풍, 해일 등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들 피해지역을 사들여 '방재공원화' 한다는 게 뼈대입니다.

뉴욕타임즈는 뉴욕주의 대책에 관해 상당히 인상적인 아이디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닥칠 빈번하고, 강력한 자연재해에 잘 대처할 대책이라는 것입니다.

뉴욕주가 지난해 10월 말 샌디 때문에 입은 피해는 320억 달러 규모. 뉴욕주는 대책이 필요한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를 조사했는데 약 1만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매입 비용은 대략 4억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샌디 피해 복구 예산으로 505억 달러가 하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뉴욕주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침수 전 주택 가격을 100% 인정하는 것은 물론 5%의 보너스까지 얹어 줄 방침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을 파는 주민은 10~15%에 불과할 것으로 뉴욕주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뉴욕주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계속 연안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주민에게는 또 다른 대책을 준비 중입니다. 주택 신축 비용을 지원할 방침인데, 다만, 홍수 수위에서 60㎝ 이상 또는 지상에서는 4m60㎝ 이상의 높이에 거주 공간을 짓도록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뉴욕주의 이 같은 대책은 우리나라에도 큰 교훈을 줍니다. 무엇보다 뉴욕주가 이런 온난화 관련 방재 대책을 실행에 옮겼다는 게 놀랍습니다. 특히 부산 울산이나 경남 연안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지난 4일 부산시는 '효율적인 기후변화 적응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초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한 이후 1년여 만에 부산시청의 재난·보건·녹지·환경 등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물론 기상청, 대학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예정했던 두 시간을 훨씬 넘길 만큼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아파트단지 부녀회 임원은 옥상 녹화 등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관심을 나타냈고, 또 다른 참석자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씁쓸한 맛을 남겼습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이미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11개 분야 112개 세부 시행 대책을 확정해 정부에 보고까지 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또 적응 방안을 마련한다? 앞 뒤가 맞질 않습니다. 세부 계획을 확정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시민까지 불러 모은 행사에서 세부 시행 계획 수립 당시와 비슷한 내용을 설명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순서로 따지자면 이번 행사는 지난해 확정한 세부 계획에 따라 올해는 어떤 분야, 어느 사업을 시작하면서, 얼마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보고회가 됐어야 합니다. 한 참석자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어느 광역단체도 실제 예산을 편성해 신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실행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우리의 정확한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