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대교 사고 희생자’ 중국 동포는 소중한 목숨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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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아래 공사 현장에서 상판이 붕괴되면서 공사장 인부 2명이 숨졌다. 사망자가 중국인으로 드러나자 일부 누리꾼들이 몰상식한 댓글을 쏟아내 아픔을 더했다. / 최진석 기자 |
지난달 6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후 “사망자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한 종편 방송 앵커의 망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앵커의 ‘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식의 말은 결국 ‘국가적 망신’을 가져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한 번 “중국인이니까 괜찮아”라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인터넷을 달궜다. 누구나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생명에 민족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우리가 아니니깐 괜찮다’는 말로 도배된 댓글을 보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또 외국인이 볼까 낯부끄러웠다.
지난달 30일 사고 소식을 듣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로 달려갔다. 방화대교 남단 밑 올림픽대로에서 치현터널로 연결되는 신설 램프 상판 방호벽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을 하는 중 상판과 타설기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중국 동포였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희생자가 매몰됐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도 비에 젖은 진흙 때문에 발이 미끄러지기도 했고, 잘못 디뎌 진흙 웅덩이를 밟기도 했다.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한 명이 매몰돼 있는 상황이었다. 눈앞에 희생자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보니 “매몰된 희생자가 무사했으면…”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야속하게도 장맛비는 쉬지 않고 내렸다. 약 6시간 만에 구조된 사고 피해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가 무사히 사고 현장에서 나오길 바랐던 간절한 마음은 눈물로 바뀌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만 가질 수 없는 게 기자의 숙명.1분 1초를 다투는 사건 현장의 소식을 진흙 바닥에 앉아 출고한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내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댓글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댓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소중한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없고 ‘중국인’만 있었기 때문이다.
댓글의 대부분은 “조선족”을 탓했다. “조선족이네”, “조선족이 우리나라에서 한 일을 생각하면”, “중국동포? 동포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마라" 등등의 댓글이 절반을 차지했다. 실망을 금치 못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주장과 관점이 거리낌없이 오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러한 댓글 역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정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 없이 타인의 죽음을 폄훼하는 댓글을 보며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한 책임을 그만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씁쓸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누리되, 그 책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책임감 없는 말 때문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가치가 결정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식을 벗어난 앵커 발언 사건도 결국 국가적 망신으로까지 이어져 국민의 공분을 사지 않았던가.
무너진 '코리안 드림' 앞에서 한 번 좌절하고 무서울 만큼 냉정한 한국인들 때문에 이들은 또 한 번 좌절했을 것이다. 차가운 바닥에서 꺼진 생명은 ‘중국인’이 아니라 ‘사람’이고, 모두가 안타까워야할 대상이다.
/스포츠서울닷컴 ㅣ 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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