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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중국, 한국 경제에 축복인가 재앙인가?

중국인들은 2014년을 ‘제2의 개혁 원년’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열린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결정된 ‘전면적 개혁’ 조치들이 본격 시행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산업고도화, 시장 자율 제고, 내수시장 확충…. 지도부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그런 중국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한국)에게 다가올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이나마 버티게 해준 3개의 상징적인 상품이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와 ‘현대자동차’ 등이 우선 거론된다. 두 제품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셋째는? 기자는 ‘요우커(遊客•중국 여행객)’를 꼽고 싶다. 올 400만 명에 달할 중국 여행객들의 씀씀이가 유통업계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갤럭시•현대자동차•요우커 등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 소비자’라는 점이다. 삼성 갤럭시 브랜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약 18%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7년 23만 대 생산에 그쳤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는 올해 1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쓰고 간 돈은 약 55억 달러로 전체 관광수입의 약 40%에 육박했다. ‘중국 소비자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학제품 중 TPA(테레프탈산)라는 물질이 있다. 합성섬유,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섬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TPA는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였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TPA 시설 확충으로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2008년 64%에 그쳤던 중국의 TPA 자급률은 내년 90%에 육박할 전망이다. 철강•조선•IT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가 석유화학 분야까지 파급된 것이다.

‘블랙홀’ 중국은 한국의 핵심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품이라는 액정화면(LCD)과 반도체마저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가는 실정이다. 공장이 가니 일자리도 간다. 그렇다고 보다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겠다는 기업을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은 그렇게 2개의 서로 다른 얼굴로 우리 경제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여 년 중국은 우리 경제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중국의 제조업 부상에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한 덕택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의 기술력은 우리 기업에도 버거울 정도가 됐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은 많지 않아 보인다. 중국을 만족시킬 기술력과 소비재가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중국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2014 개혁 원년’을 선언하고 나선 중국, 그들의 존재는 우리 경제에 축복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중국이 아닌 우리가 답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