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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앞두고 태자당 총집결

시진핑 집권 앞두고 태자당 총집결
‘마오쩌둥의 전사들’ 출격‥중국의 미래는?

 

▲2월 23일, 중국 태자당 1천여명이 베이징 팔일(八一)영화제작사 강당에서 모임을 가지고 국가주석 직에 오를 시진핑(習近平)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디 에이지)

 

[시사중국] 중국의 ‘붉은 2세대’들이 정월대보름 전날 총집결해 곧 국가주석 직에 오를 시진핑(習近平)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호주 일간 디 에이지(The Age)가 25일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베이징 주재 베테랑 기자 존 가노(John Garnaut)가 작성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청(西城)의 팔일(八一)영화제작사 강당에서 열린 이번 태자당 모임은 과거 최대 규모로 약 1천명의 공산당 원로 자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태자당(太子黨)이라 불린다.

 

이들은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을 생사존망의 위기에서 구했고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도록 했다고 찬양했다. 오랫동안 태자당 모임을 이끌어 온 사람은 후무잉(胡木英)이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측근이자 권위적인 공산주의 이론가였던 후차오무(胡喬木)의 딸이다.

 

후무잉은 모임에서 “중국 공산당 새 지도자는 계사년의 희망”이라면서 “그들은 중국을 중국 특색 있는 사회주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사회주의 강산을 일궈낸 혁명 원로의 후대로서 우리들은 반드시 실제 행동으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공동으로 노력하여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고 다짐했다. 

 

‘중국의 꿈’은 시진핑의 정치 슬로건이다. 이는 시진핑이 태자당 모임인 ‘옌안자녀친목회(延安兒女聯誼會)’ 회장인 후무잉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태자당 모임에서 후무잉은 당시 공산당 지도자들을 향해 사회주의 이념을 버렸고 중국을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시진핑은 전임 후진타오(胡錦濤)와 달리 태자당 출신이며,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공산당 개국 원로다. 지난 21일은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직에 오른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그는 총서기 직에 오른 후 중국에 만연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으며, 대외적으로는 민족주의를 강화했다.

 

시진핑은 당내 연설에서 마오쩌둥의 위상과 전통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을 사회주의 중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지도자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는 또 덩샤오핑 동상을 참배하면서 경제 개혁개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덩샤오핑 지지자와 마오쩌둥 지지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새로운 세력인 자유파 지식인들과 민주인사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줬다.   

 

태자당 총집결, 암운 드리운 중국

 

옌안친목회 회원으로는 마오쩌둥의 친딸 리민(李敏),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딸 저우빙더(周秉德), 중국공산당 초기 지도자 런비스(任弼時)의 딸 런위안팡(任遠芳), 루딩이(陸定一) 전 당선전부장의 아들 루젠젠(陸健鍵), 시인이자 부총리를 지낸 궈모뤄(郭沫若)의 딸 궈수잉(郭庶英) 등 100명이 넘는다.

 

극좌 성향인 이들은 개혁개방 이후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대부분 평범하게 살기 때문에 ‘재야의 태자당’으로 불린다. 이들은 정치적 스타로 떠올랐던 태자당 보시라이(薄熙來)를 지지하기도 했다. 보시라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보시라이의 형제들과 천윈(陳雲) 전 부총리의 아들 천위안(陳元),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 류위안(劉源) 등은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홍콩 시사평론가 량징(梁京)은 자유아시아방송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국가주석 취임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태자당이 다시 총집결한 것은 시진핑을 도와 난관을 돌파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야의 태자당들이 어떻게 시진핑을 도울 수 있을까? 량징은 이들이 문화대혁명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태자당은 문혁 초기에 홍위병을 이끌어 반란을 일으키며 중국에 폭력적인 적색 공포를 조성했다. 나중에 태자당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파괴적인 게임의 희생자가 됐으며 정계에서 밀려났다.

 

이런 역사를 겪은 후 태자당 중 일부는 덩샤오핑을 지지하고 개혁개방을 지지했으며 문혁을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태자당은 권력 게임에서 또 다시 좌절했다. 이들은 마치 ‘몰락한 귀족’ 같았으며 개혁개방에 대해서도 희망을 잃었다. 

 

한때 기대를 걸었던 보시라이의 ‘창홍타흑(唱紅打黑)’이 실패한 후 시진핑은 의외로 새로운 희망을 줬다. 그렇다면 태자당의 수장 시진핑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량징은 “한가지 가능성은 시진핑이 비교적 공정한 권력 게임 규칙을 세워 국면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 가능성은 태자당이 과거처럼 ‘악마의 한수’를 써서 중국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량징은 그러나 지금의 대내외 환경은 과거와 달리 태자당을 피동적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식계층과 민간조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한 것은 향후 중국의 정치적 대결은 불가피하고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수진 sscn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