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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생활

김치의 중국어 명칭 '신치'에 대한 중국인의 반응은?

김치의 중국어 명칭 '신치', 중국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신치(辛奇), 한국을 대표할 수 있을까?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 규격을 제정하면서 영문 표기를 ‘Kimchi’로 정했으나, 공식적인 중문 이름이 없어 중국에서는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 한국김치)’로 불렀다. 파오차이(泡菜)는 본래 중국에서 '절인 채소'를 통칭하는 명사로 사용되어 한국의 김치와 중국식 절인 채소가 중국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었다.

김치에 대한 공식적인 중문 이름이 없다보니 중화권으로 수출되는 한국김치 브랜드 또한 제품명을 라바이차이(辣白菜, 매운 김치), 한궈파오차이(韩国泡菜, 한국김치), 체젠파오차이(切件泡菜, 썰어놓은 김치), 바이차이파오차이(白菜泡菜, 배추김치)등으로 수출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이런 이유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김치의 중문 이름을 개발 상표출원을 결정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말 중국의 컨설팅업체에 중국 내 김치 시장에 대한 조사와 김치 중문 이름개발을 의뢰했다. 최종적으로 매울 신(辛), 기이할 기(奇)자로 조합된 '신치(辛奇, xīn qí, 중국식 발음 신치)'라는 네임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벌써부터 '신치'라는 새로운 김치 중문 이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중국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소비자는 '신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떠한 연상을 하는지에 대해 한국 내 최초 중국 컨설팅 및 중문 이름 개발을 진행한 메타브랜딩&디자인에서 중국 일반 소비자와 중국 전문가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지난 11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상하이와 저장(浙江)에 거주하는 연령 20~50세, 대졸 이상의 30명의 일반 소비자와 중국어, 마케팅, 디자인 분야의 중국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김치의 새로운 네임 ‘신치(辛奇)’에 대해 중문 이름 조사를 진행하였다.

소비자 조사의 첫 번째 파트인 자유연상에서는 이름의 ‘매울 신(辛)’으로 인해 ‘매운 맛’이 30%로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이상하다’가 26%, ‘참신하다’가 22%, ‘신기하다’가 13%를 차지했다. 연상되는 산업으로는 ‘식품’이 67%를 차지했으며 ‘요식업’과 ‘아동상품’이 각각 20% 와 13%를 차지했다.

두 번째 파트인 항목평가(5점 만점)에서는 ‘발음 용이성’과 ‘기억 용이성’은 각각 평균 4.20점, 4.03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식품산업 적합도(3.17)’, ‘친밀감(2.97점)’, ’고급스러움(2.27점)’, ’글로벌 이미지(2.47점)’,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2.40점)’ 항목은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 파트는 중문 이름에 대한 강점과 약점에 대한 조사로, 강점에서는 식별하기 쉬운 한자의 구성으로 ‘기억하기 쉽다’가 26%와 ’간단하다’가 20%로 제일 높았으며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가 10%, ‘한국어 발음과 비슷하다’와 ‘참신하다’가 각각 7%로 낮게 평가됐으며 기타 의견이 13%였다.

약점에서는 ‘연상되는 산업이 명확하지 않다’가 26%, ’신라면이 연상된다’가 13%, ‘네임의 차별성과 특징을 모르겠다’가 20%, ‘한국 김치를 대표하는 느낌이 부족하다’가 17%, 일본 과자 브랜드 ‘Sinky(星奇:싱치)의 중국어 발음과 헷갈린다’와 ‘일본 상품 이미지가 강하다’가 각각7%, 기타 23%가 있었다.

중국인 전문가 조사에서는 각 분야(중문, 마케팅, 디자인)의 전문가 대상으로 중문 이름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마케팅 전문가는 ‘신치(辛奇)’에 대해 "시원하고 맛있으며, 우수한 품질의 요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빠른 속도를 연상하게 하며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산업 연상에서는 "식품과 장난감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디자인 전문가는 ‘신치(辛奇)’에 대해 "신선하고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산업 연상에서는 아동복과 식품을 연상했다.

3명의 전문가 모두 "‘신치(辛奇)’라는 네임은 간결하고 호소력이 있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기존의 이름인 한국 ‘파오차이’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 ‘신치(辛奇)’라는 이름 사용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신치(辛奇)’라는 이름으로 김치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이름이 나타내는 한국적 특징이 뚜렷하지 않고 한 국가를 표현하는 음식의 이름으로 특별한 차별성이 없다"고 답했다. 모든 전문가들은 "김치의 새로운 중문 이름인 ‘신치(辛奇)’라는 이름으로 중화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와 전문가 조사 결과, 종합적으로 김치의 중문 네임인 ‘신치(辛奇)’는 발음과 기억하기 용이하지만, 애초에 의도했던 ‘고급스러움’과 ‘한국을 대표’하는 느낌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서 ‘신치(辛奇)’로는 김치의 ‘고급식품’이미지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의 고급 포지셔닝과 중화권 시장에서 확산과 인지도 구축을 위해 중문 이름 ‘신치’를 개발했다. 하지만 중문 이름 ‘신치’를 통해 기대했던 이미지는 이처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치’가 중화권에서 어떻게 제기능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이름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고, 고급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인지 그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 (kimtojin@metabrandingdesign.com)


김민수
온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