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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자유게시판

철길을 닮아가라

철길은 왜 하나가 아니고 둘인가?

길은 혼자서 떠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을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한번도 서로 만나지 않고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

 

철길을 따라 가 보라.

철길은 절대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꺾지 않는다.

 

 

왼쪽과 오른쪽을 다 둘러본 뒤에

천천히 둥글게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커브를 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도

그렇게 원만한 철길을 닮아가라.

 

출처 : 안도현 산문집 <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