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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자유게시판

알아차리지 않도록

알아차리지 않도록

 

고대 인도에 신심이 깊은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늘의 신조차도 그의 믿음을 칭송할 정도였다.

그 성인은 대단히 거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꽃들이 스스로 의식하지 않으면서 향기를 뿜듯이 성인은

평범한 일들 속에서 선한 인품을 발산하고 살았다.

 

어느 날 한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신이 나를 그대에게 보내셨네.

그대가 무엇을 원하든지 신께서 들어주신다고 약속하셨네.

혹 치유의 능력을 받고 싶지 않은가?”

 

아닙니다. 신께서 친히 치유하십시오.”

 

세상에서 방황하는 죄인들을 바른 길로 돌리도록 하고 싶지 않은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천사께서 직접 하십시오.”

 

그러면 덕행의 모범이 되어 사람들이 당신을 본받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은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겠습니까?”

숱한 질문을 던져도 그의 마음이 동하지 않자 천사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대는 도대체 무엇이 되고 싶단 말인가?”

신의 은총 외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답니다.”

 

아닐세. 그대는 무엇이든 기적을 구해야 하네, 이것이 신의 뜻일세.”

신의 뜻이라는 말에 그가 마지못해 이렇게 대답했다.

정 그러시면 제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통해 좋은 일이 이루어지되 제 자신이 알아차리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그대의 소원을 신께서 기꺼이 들어주실 것이네.”

 

그때부터 그 성인이 걸어갈 때마다 그의 뒤에 생기는 그림자가 닿은

땅은 치유의 땅이 되었다.

그래서 병자들이 치유를 받고 땅이 기름지게 되고 샘물이

다시 솟고 삶의 고달픔에 시달린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게 되었다.

 

그러나 성인은 그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그의 그림자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그 성인을 잊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기는 잊혀진 채 자기를 통해서 좋은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성인의 소원은 충분히 성취된 것이다.

 

출처 : 앤소니 드 멜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