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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지구환경관련

사라지는 북극 얼음, 더 무서운 한파를 몰고 온다

 
북극 진동 :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해빙) 의 면적이 기록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북극 해빙(海氷)이 급격하게 녹아내려 지난 9월의 면적이 1979년 관측 이래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소 면적이었던 2007년 기록도 깨고 신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처럼 올겨울에도 우리나라에 ‘이상 한파’가 몰아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북극 해빙이 줄어드는 것과 날씨는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닥친다는 것일까?

 

북극  바다 얼음 면적 역대 최소로 작아져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10월25일, 올해 9월 중순의 북극 해빙 평균 면적이 3백55만9천3백80km²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북극 일대에 마이크로파를 쏜 후 반사되는 정도의 차이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빙하 표면이 얼어서 울퉁불퉁한 경우와 녹아내려 평평해진 경우에 따라 반사 값이 다른 원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북극 해빙의 면적은 보통 3월에 가장 넓고 9월에 가장 좁다. 그렇다면 혹독한 한파를 경험한 지난해 9월 북극 해빙의 평균 면적은 얼마였을까. 4백40만6천8백80km²로 올해보다 넓었다. 또 북극 관측 이래 지금까지 최소의 면적을 기록했던 2007년 9월에는 4백36만1천8백80km²였다. 이 2007년의 최저치를 깨고 올해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얘기이다.

해빙의 변화는 북극의 기후를 예측하는 좋은 사례이다. 그런데 올해 북극의 날씨 변화 또한 심상치 않다. 북극 해빙으로 겪은 지난 한파를 살펴보자. 2010년 12월24일부터 2011년 1월31일까지 한반도는 무려 39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겨울 내내 강추위가 이어졌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평년의 영하 0.6℃보다 1℃ 이상 낮았다. 폭설도 몰아닥쳤다. 2010년에는 한반도에 100여 년 만에 큰 폭설이 내렸고, 지난해 동해시에는 3일 동안 1백2.9cm의 엄청난 눈이 내렸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베이징에도 59년 만에 큰 폭설이 내려 33cm나 쌓였고, 유럽에서도 50~60cm의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다. 미국에는 강풍과 함께 한파가 몰아쳐 미네소타 주 인터내셔널폴스 시가 영하 37℃를 기록하면서 30년 만의 강추위를 맞았고, 62년 만의 폭설이 내려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 인도에서는 100여 명이 동사했다. 이러한 한파와 폭설이 올해 또 닥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올해에는 얼마나 심한 한파가 몰아닥칠까? 기상청은 북극의 기상 변화로 지난 2년간 겪었던 한파 못지않은 추위를 올해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풍을 동반한 추위가 이른 12월부터 찾아오고, 지역에 따라 눈도 많이 뿌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흐렸다 맑았다 변덕을 부리며 오락가락하는 날씨 변동도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북극은 일조량이 적은 탓에 대기가 냉각되어 수축하는 반면, 중위도의 대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팽창한다. 이 때문에 중위도의 대기가 극지방의 대기를 밀어내어 북극을 중심으로 고리 모양의 편서풍 제트 기류가 발달한다. 이 제트 기류가 평상시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를 마치 장벽처럼 감싸고 돌아 에어커튼 역할을 하면서 북극의 한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그런데 올해처럼 빙하가 줄어 따뜻해지면 고기압이 팽창해 제트 기류의 기세가 약해지면서 장벽 역할을 하던 공기의 흐름이 뚫려,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남하하는 식으로 위치가 바뀐다. 이 때문에 북반구 전체에 이상한 한파가 발생해 세계를 뒤덮는데, 이러한 현상을 북극 진동이라고 한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북극 진동이 안정적으로 나타나지만, 따뜻해지면 균형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린란드 일룰리사트 지역의 빙하. ⓒ 연합뉴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지구온난화

 

지구에 있는 또 하나의 극인 남극의 얼음은 현재 어떠한 상황일까? 지구 위에 존재하는 얼음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이 남극 대륙이다. 대륙을 덮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빙상(氷床; ice sheet)’이라고 하는데, 빙상은 현재 남극과 그린란드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극에서도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 땅이 녹아 수천 개의 빙산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다. 과거처럼 조금씩 녹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층이 쪼개지는 식의 급격한 형태로 붕괴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미 암세포처럼 이상 기후 변화의 고통이 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무색하게 하는 이율배반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겨울철의 홍수, 예상치 못한 돌풍, 봄의 눈사태 등이 흔해지고 있다. 이런 피해는 이미 국경을 넘어서 지구 공통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후로 꼽혀온 삼한사온도 실종된 지 사실상 오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모두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겨울철 북반구 한파의 원인도 지구온난화이다. 따뜻한 날씨가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을 녹아내리게 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 전체가 골고루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의 균형을 무너뜨려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구 저 편의 일시적인 한파나 폭설 때문에 더는 지구온난화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립기후자료센터(NCDC)가 발표한 지난 9월의 육지와 바다를 포함한 지구 전체 평균 온도는 15.67℃이다. 이는 지구 평균 온도 기록이 남아 있는 188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을 전후해 북극 빙하가 모두 녹아버릴 것이라고 NSIDC는 경고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양이 1750년보다 배나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의 주류 기상학자들은 지난 2년간 한반도, 중국, 유럽을 강타한 폭설과 한파 그리고 봄임에도 흐리고 쌀쌀한 날씨 등은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한다. 아픈 지구가 스스로 기후시스템을 작동시켜 지구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춤으로써 평형 상태로 유지시키려는 자연적 변화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일리노이 대학 마이클 슐레진저 교수는 “최근의 죽 끓듯이 변화무쌍한 날씨를 빌미로 탄산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 이론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라며 오히려 기상 이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분히 새겨들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