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칼럼]“중국인 입맛에 맞추자”
[서울=동북아신문]12년간의 중국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귀국한 필자가, 귀국 후부터 제주도를 자주 찾게 되었다. 중국에 가기 전 30여 년 살아온 서울은 달라진 도시 모습만큼 인심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을 넘게 외국생활을 하고 돌아온 필자는 서울에 진한 애착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래서 중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제주도에 마음이 끌려 지난해부터 자주 내려가게 되었다. 날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도는 서울과는 딴 세상이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도 방언과 거리의 관광객들 대화 대부분이 중국어이기에 필자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하였다. 처음 중국에 들어가 ‘니하오’부터 배우기 시작하던 때가 회상되기도 하였다. 매년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제주도는 4월말 현재 중국인 관광객 삼십사만육천 명이 들어와 지난해 통계 십구만팔천 명에 비하여 75%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야말로 제주도는 지금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모자랄 지경이다. 또한 ‘제주도에 가면 중국인의 먹거리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흔한 말로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의아할 정도였다. 사업에는 문외한인 필자의 심중에도 제주에서는 서울에서 보지 못하였던 것이 보였다.
제주에 있는 ‘한국조리제과학교(제주도가 지정한 소상공인 창업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창업희망자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미취업 청장년, 젊은 퇴직자, 정년을 앞두고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섞인 그룹이었다. 그들 모두 “사시사철 관광객이 북적이는 제주도니까 특별한 맛으로 관광객을 사로잡으면 승부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제주한국조리제과학원 고경찬 원장님은, 삼십여 년을 조리업에 종사해온, 제주도 내 최고 요리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대화를 마치고 조리학원 원장이 추천하는 ‘하르방 밀면’식당으로 옮겨 시식을 하게 되었다.
모슬포에 본점을 두고 제주시에 분점을 직영하고 있다는 ‘하르방밀면’ 식당은, 열 평도 안 되는 규모지만 대단히 성공한 식당이어서 추천한다는 고경찬 원장의 부연 설명이었다. 홀에는 4인용 탁자 10여개가 놓여있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메뉴는 하르방 밀면(보말칼국수), 물냉면, 비빔면, 왕만두 그렇게 달랑 네 가지가 전부였다. 그런 곳에서 하루 평균 매출이 이삼백만원이라 하였다.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중국인 관광객도 몇몇 눈에 띄었다. 제주보말(고동)과 다시마 등 제주산 해산물을 우려낸 보말칼국수의 진득한 해물탕 맛에 감탄하였다.
마침 식당 근처에 살고 있는 제주중국총영사관 영사님 부부를 초청하였다. 비록 식당은 누추하였으나 중국요리와 비슷한 네 가지 메뉴 모두를 시식해보도록 하였다. 영사님 부부도 중국의 면 전문요리처럼 중국인 입맛에 맞다며 ‘팅하오’를 연발하였다.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을 때 우리 집사람이 ‘당신 이것저것 하는 사업 다 망하더니만 이제 사업하는 감각도 없어진 모양이구랴’ 라며 반대 합디다”라며 7년 전 변두리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을 때를 회상하는 김정헌 사장의 잔잔한 미소 속에,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여 성공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었다. 그는 요즘도 매주 한차례 서울을 오가며 연세대학교 ‘외식산업 경영자 과정’을 수학하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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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과 제주시민들이 줄을 서서 찾는 하르방밀면 | ||
물론 내륙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 모두에게 서울을 탈출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나서는 도전 정신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꼭 큰 곳에만 집착하지 말고, 작은 곳에도 얼마든지 길이 있음을 강조하고픈 것이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제주 ‘하르방밀면’ 김정헌 사장처럼 끝임 없는 연구와 노력만이 내일의 희망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본 제주에는 분명 내륙과는 다른 희망의 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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