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이란 호칭에 관하여...
한중 수교 이후 .. 조선족이란 호칭에 대해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것을 자주 본다. 대면한 자리에서 조선족이라 부르면 좀 상대방을 비하하는 것 같고, 재중교포라 부르기도 좀 뭐하고, 다 합쳐서 재중 조선족 교포라 부르기도 이상하고...딱 그리 좋은 호칭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을 하곤 한다.
난 그때마다.. 아니 그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중국의 조선족은 미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교포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말을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 사는 교포들은 이미 만들어진 국가나 사회에 후에 이주해 온 사람들로서 그들이 교포라 불리는 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고, 또한 우리가 교포라고 불러도 이미 그 땅에서 출생하여 3~4대를 지나가면 교포라 불리기보다는 한국계 3세, 또는 한국계라 불리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고 그 사람들도 자신을 교포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물론 한국계로서 좀 남다른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지는...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이미 만들어진 나라에 이주해 온 것이 아니라 1949년 중국이 성립될 당시 비록 소수지만 한 부분으로서 중국 건립에 참여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람들은 때로는 자신이 비록 민족은 조선민족이지만 국적은 엄연히 중국일 뿐 아니라 중국이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이란 사실에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람들에게 교포라는 호칭이 더 거북스럽게 들릴 수 있다고 말을 한다.
또한 현재 우리 주위에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조선족은 이미 중국으로 이주해 온 지도 벌써 3~4대가 지났고, 본인들은 당연히 이 땅 중국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중국인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교포라는 호칭은 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조선족이란 호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조선족이란 명칭 자체가 그들을 비하시키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교포란 호칭을 평칭 또는 존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조선족이란 호칭은 중국인이란 주된 민족을 부르는 호칭에 다시 수식하는 보조 호칭으로 결코 비하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최근 한국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사람들의 언어습관이나 관념에 길들여져서 자신들도 모르게 조선족이란 호칭을 재중교포라는 호칭보다 낮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우리의 언어습관이나 관념 또한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재고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에 재중 동포 라는 말로 조선족이란 호칭을 대신하려 많이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호칭이 약간 미묘한 어감상의 느낌으로 사람마다 다르고 혼선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수교 후 내가 알기론 조선족이란 호칭을 한국 사람들이 먼저 정했다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호칭이었으며 그 이후 그냥 조선족이라 따라 부르다가 일본, 미국 등의 교포와 차별이니 뭐니해서 말들이 많다가 지금의 한국 언론에서는 중국 동포,재중동포란 말을 기준으로 호칭한다.
그러나 아이니컬하게도 현재의 중국정부는 물론 다수의 조선족 자체도 지금의 재중동포란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 그 호칭 자체가 한국이 주체가 된 호칭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이란 호칭은 중국을 구성하는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간주하는 호칭이고 사실 교포란 호칭은 맞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는 여기 조선족들이 오히려 조선족이란 호칭을 더 즐겨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굳이 그들을 부르는 호칭을 가지고 우리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불러주면 된다. 대부분 조선족들과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 사람들의 표현 .."우리 중국은...'중한관계"... 이란 말을 즐겨 쓰는데 사실 한국 사람들이 듣기에 그다지 좋은 표현은 아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사람이란 것을 인정하고 더 이상 호칭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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