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존경하는 박정희편

[김진의 시시각각] 5·16과 51.6%

[김진의 시시각각] 5·16과 51.6%

 

 

[중앙일보]입력 2012.12.24 00:32 / 수정 2012.12.24 00:32
더 편리해진 뉴스공유, JoinsMSN 뉴스클립을 사용해 친구들과 공유하세요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한국 현대사에서 대통령들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는 누구일까. 박상범 전 국가보훈처장일 것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경호실에 들어간 이래 그는 대통령 5인을 경험했다. 마지막엔 김영삼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냈다. 1974년 8월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쏘았을 때 그는 권총을 빼 들고 박정희 대통령 연단 앞을 지켰다. 79년 10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모두 피살됐을 때 그는 유일하게 살았다. 총을 맞고도 살아났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박정희다. 지방 시찰을 수행하면서 박정희가 보여준 언행을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주 가까운 지인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이 겪었던 5인 대통령 중 누가 제일 훌륭한가.” 그는 짧게 답했다.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투표가 있었던 지난 19일, 문재인 후보가 앞선다는 출구조사 풍문이 돌았다. 몇몇 지인이 걱정스럽게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기억합니까. 죽은 아버지가 살아있는 딸을 지켜줄 겁니다.”


 2004년 5월 29일은 ‘노무현 시대’의 클라이맥스였다.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는 열린우리당 총선 당선자 축하만찬이 열렸다. 386 운동권 출신 20여 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어떤 이는 눈물을 훔쳤고 노무현 대통령도 따라 불렀다. 대통령은 답가를 불렀다. 노무현의 선택은 조용필의 ‘허공’이었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 이야기….”


 ‘허공’ 작곡가는 정풍송이다. 보수주의자 정풍송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다. 그는 노무현 정권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대통령이 ‘허공’을 불렀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잔치 분위기에서 왠 허공”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5년 후 노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을 때 정풍송은 ‘허공’을 떠올렸다. “노무현의 모든 게 허공 속에 흩어졌다”며 소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지난 19일 그 정권의 비서실장 문재인이 박근혜를 위협하고 있었다. 정풍송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송사들이 ‘박근혜 확정’을 외칠 때 정풍송은 눈을 의심했다. 득표율 51.6%. 정풍송은 몇몇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TV 보고 있지? 아니 51.6 저거 5·16 아냐?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번 대선의 절반은 박정희 선거였다. 문재인과 민주당 그리고 진보·좌파는 시작부터 박정희를 공격했다. 처음엔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이용하려 했다. 두개골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 타살 흔적이란 거였다. 그런데 장준하가 61년 5·16 쿠데타 직후 잡지 ‘사상계’에 썼던 권두언이 등장했다. “누란(累卵)의 위기에서 민족적 활로를 타개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일어난 것이 5·16 혁명이다.” 야권의 장준하 프로젝트는 쑥 들어갔다.


 선거 마지막에 등장한 박정희 공격이 가수 이은미였다. 그는 TV연설에서 “독재자의 딸이 여론조사 1위라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했다. 그 연설은 유튜브에서만 21만여 조회를 기록했다.


 
 이은미는 66년생이니 박정희가 피살될 때는 13살이었다. 박정희에 대한 이은미의 기억은 초등학생 수준인 것이다. 성인이 되어 그는 박정희에 대해 무엇을 알아냈을까. 직접 경험이 없다면 간접 경험이라도 있을까. 조갑제 기자가 쓴 박정희 전기 13권 중 한 권이라도 읽었을까. 독재자라는 건 혁명가 박정희의 일면일 뿐이다. 많은 국민이 박정희의 다른 면을 보고 그 성과에 고마워한다. 이은미는 왜 그런 건 보지 못할까.


 이번 선거는 증명된 과거가 불안한 미래를 이긴 것이다. 적잖은 세력이 독재자라는 피상적인 단어만으로 박정희를 공격했다. 하지만 박정희를 실증적으로 경험한 많은 국민은 휘둘리지 않았다. 국가가 정상궤도로 진입한 것이다. 박상범과 정풍송처럼 지지자는 가슴으로 박정희를 지켰다. 그러나 이은미처럼 반대자는 입으로만 공격했다. 박정희에 관한 한 이번 선거는 가슴이 입을 이긴 것이다.